[막내린 4대부문개혁]규제만 풀면 증시 살아날까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44분


정부가 4대부문 개혁 마무리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추진키로 한 정책방향의 큰 줄기는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이다. 또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적극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가 원칙에 충실하고 정치권 등의 입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시적 구조조정으로의 전환〓정부는 개별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각 경제주체가 자율과 책임의 원칙 아래 개혁토록 하고 정부는 시장질서가 크게 위협받거나 기업 및 금융기관의 불법행위가 두드러질 때만 관여한다는 것 .

특히 부실기업은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 때만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CRV) 등을 통해 회생방안을 마련하고 가망이 없는 기업은 정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시장시스템 보완을 위해 도산(倒産) 관련 3개 법률의 통합, 집단소송제의 단계적 도입,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조기민영화 추진, 부동산 구조조정 투자회사의 설립 등을 추진키로 했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 사라질까〓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은 2일 종합기자회견에서 전문성 등이 부족하거나 부조리에 관련된 공기업 임원을 빠른 시일 내에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정치인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선임될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진은 ‘전문가 풀(pool)’에서 뽑도록 해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공기업을 맡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장관은 우선 한국전력에서 분할될 6개 자회사 사장 선임 때 이런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다짐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객관적으로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인사를 공기업 경영진에 선임하거나 그동안 경영실적이 낮았던 공기업의 정치인 출신 인사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이런 약속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은행보다 증시 통한 기업 자금조달 촉진〓정부가 상반기 중 마련키로 한 기업증자 활성화대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업의 상장(上場) 및 등록, 유상증자 절차를 쉽게 해 은행차입보다 증시를 통한 직접금융이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등 주식연계채권 발행제도도 고치겠다는 것.

정부의 이런 방침은 기업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한다는 측면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은행 저금리추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시중 여유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여 주가를 떠받치도록 한다는 것. 그러나 현재도 주식발행시장에 대한 규제가 대폭 풀린 상태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향후 개혁과제〓경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구조조정의 예외없는 원칙’을 강조한다. 고려대 이만우(李萬雨·경제학)교수는 “정부는 4대개혁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예외인정과 특혜의혹이 구조조정의 평가를 크게 떨어뜨린 점을 직시하고 이제는 최대한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경제정책 수립과정에서 ‘경제팀’이 청와대와 여당에서 나올 수 있는 경제논리를 벗어나는 인기영합적 정책수단에 버티고 △기업 및 금융기관의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을 빨리 정착시키며 △실업급증에 따른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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