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3사 가격 조정 눈치보기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59분


국내 석유가격이 결정되는 3월 1일이 하루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유업계에서는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SK¤는 2월 1일 ℓ당 휘발유 가격을 30원 올렸다가 경쟁사들이 가격을 동결함에 따라 사흘만에 가격을 다시 내린 바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에쓰오일〓SK, LG칼텍스정유, 현대정유는 한달전 가격인상에 제동을 걸었던 에쓰오일(S―Oil·옛 쌍용정유 )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유 4사는 97년 유가자유화가 실시됐는데도 한 회사가 가격을 인상하면 ‘못 이기는 체’ 따라갔다. 가끔 인상폭에 차이가 있었지만 인상한 가격을 되돌린 적은 없었다.

소비자들은 “사실상 4년간 유지된 ‘가격 카르텔’이 깨졌다”고까지 표현하면서 정유업계의 가격인하경쟁을 환영하고 있다.

군(軍)항공유 담합사건으로 소비자에게 눈총을 받고있는 정유업계로서는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 것.

현재 정유업계에서는 휘발유의 경우 ℓ당 40원가량의 인상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유회사들은 비공식적으로는 “에쓰오일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가격인상은 없다”고까지 말하면서 에쓰오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가격동결 언제까지〓기름값 동결은 정유업체의 복잡한 전략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측은 “원유정제 공정의 효율화 덕분에 원가구조가 다른 정유회사보다 낮아 유가인상 요인이 별로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당분간 저가격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미.

경쟁사의 해석은 다르다. 시장점유율이 13.8%로 다른 정유사보다 열세인 에쓰오일은 현재 실시중인 단일 폴사인제를 반대하고 있다. 주유소가 원하기만 하면 아무 정유회사에서나 석유를 공급받는 ‘무폴사인제’나 ‘복수폴사인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

SK, LG칼텍스정유, 현대정유는 소비자의 상표충성도(브랜드 로열티)를 유발하는 카드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면서 주유소 가맹점이 가장 적은 에쓰오일은 시장점유율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가격동결전략으로 소비자의 환심을 사, 정부의 폴사인제관련 결정이 에쓰오일측에 유리하게 내려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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