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 사업절반 매각 불가피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46분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이 청산절차를 밟지 않고 회생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법정관리와 공적자금 투입의 두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한부신은 청산과 함께 일부 수익성 있는 사업장을 분리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별로 각자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 물론 공기업 청산에 따른 사회적인 파장 때문에 정부나 채권단에서 ‘제3의 해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건설교통부는 한부신의 부도로 공사가 지연될 사업장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신속히 진행해 입주 지연 등에 따른 피해를 줄일 예정이다.

▼33개 사업 수익성 낮아▼

▽채권단과 금융감독원의 입장〓채권단은 최근 실사결과 한부신이 맡은 65개 사업장 중 32개 사업장은 앞으로도 수익성이 있거나 공사 완공단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공사 완공 때까지 자금을 지원하면 이곳의 분양계약자와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7∼8일 채권단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겠지만 한부신의 신뢰가 떨어져 분양금의 납입 등이 과연 이뤄질지가 변수”라며 “신뢰회복을 위해 새로운 법인을 세운 뒤 수익성 있는 사업장을 빨리 떼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익성이 낮아 매각대상인 33개 사업장의 경우 매각 때 채권액의 10∼20%밖에 건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대부분 채권단이나 시공사의 채권이 변제되거나 채권비율로 분배되면 주택보증을 받지 못한 분양 계약자들은 전액 손실이 불가피하다.

▼법정관리 가능성 희박▼

분당 테마폴리스의 경우에는 삼성중공업이 건물 경매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지 않고 추가 자금을 투입해 완공한 후 정상영업을 하도록 하면 임대 계약자들의 피해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테마폴리스가 정상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가 추가 분양(현재 70% 분양)은 물론 200억원이 소요되는 공기정화 등 공해방지시설을 삼성중공업이 추가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해방지시설 설치 후 시외버스터미널이 들어서도 삼성중공업이 원하는 만큼 건물가치가 오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주원태(朱元泰) 상무는 “법정관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법원이 받아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상무는 또 분양계약자 등이 채권단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과 관련해 “채권단이 빌려준 돈의 80% 이상을 날릴 상황에서 같은 채권자인 분양계약자를 지원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가능한 곳은 공사를 진행시켜 각자의 손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부신이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기관도 아닐뿐더러 부채의 대부분이 금융기관 차입금 등으로 구성돼 있어 공적자금 투입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금감위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아닌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신탁업체 현황(2000년 6월 현재)

구 분코레트신탁한국부동산신탁한국토지신탁주은부동산신탁대한토지신탁생보부동산신탁
설립일91년 4월91년 4월96년 3월96년 7월97년 12월98년 11월
자기자본3,5002,5005,000300400400
주요주주한국자산관리공사(41%),한미은행 등(58%)한국감정원(28%),한미은행(14%) 등한국토지공사(55.6%), 대우증권(6%)주택은행(100%)대한주택보증(100%)교보생명(50%),삼성생명(40%)
자산7,1116,59410,2463,570409177
부채6,9327,6658,3833,35526522
손익 -730-1,968167-60827

▼부동산 신탁업 '생사' 기로▼

▽기로에 선 부동산신탁업〓한부신 부도를 계기로 부동산신탁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영업중인 부동산신탁회사는 6개사. 이 가운데 한부신은 부도를 맞았고 코레트는 워크아웃 상태. 부동산 신탁회사들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려 지난해의 경우 6개사 중 3개사가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한부신의 부도로 부동산신탁회사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신탁수주 사업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신탁사들도 개발아이디어와 자금을 결합, 부동산 개발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취지에 미흡해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즉 아이디어 개발 없이 기존 건설업체처럼 주택이나 상가분양 등에 치중했다는 것. 특히 한부신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다른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공기업이라는 ‘배경’을 업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부도를 맞게 됐다. 전문가들은 “건설 및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부동산신탁업체는 앞으로 기존 건설업체와 차별성 있는 신탁상품을 개발, 운용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자룡·박현진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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