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강산 초강수’ 배경]송금액인하-카지노 이중포석

  • 입력 2001년 1월 28일 19시 18분


현대가 끝내 금강산 관광 사업을 포기할 것인가.

현대는 대북(對北)송금액을 600만달러로 인하해 달라는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6억달러 이상을 지출한 금강산 사업에 대해 “더 이상 출혈을 감내할 수 없고 미련도 없다”며 초강수(超强手)를 두고 나선 것이다.

▽한국 정부 압박 카드〓이같이 선언한 배경에는 ‘더 이상 북한측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현대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 물론 정부에 요청한 카지노, 면세점 등 부대사업 허가를 놓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 현대아산측은 “31일까지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 매우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북한측이 워낙 ‘벼랑끝 작전’을 잘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송금 시한인 31일을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막판 변화를 기대했다.

▽“4월 착공 개성공단도 겨냥”〓국책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현대의 강경 자세가 개성공단 조성에 주도권을 갖겠다는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가 추진중인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2000만평이 경제지구로 지정되는 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4월경 1단계 공사가 시작되는 즈음에 북한측으로부터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히든카드 발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복안〓이런 상황에서 현대의 ‘중단카드’는 따라서 다각적인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현대는 “대북송금 절반 인하(북한)와 부대사업 허용(정부)이 모두 실현돼야 금강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금강산 사업이 중단될 경우, 투입중인 3척의 유람선과 1척의 쾌속정을 동남아 크루즈사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완전히 그만두겠다는 뜻은 아니다. 동남아 크루즈 사업 역시 금강산사업을 뒷전으로 밀면서까지 추진할 정도는 아니다. 지금까지 들인 공으로 미루어 일단 개방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한 북한 시장에서의 선점효과를 그렇게 간단히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가 던진 초강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남은 사흘간 정부와 북한측의 변화가 주목된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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