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 "分家로 구조조정 정면돌파"

  • 입력 2001년 1월 9일 18시 46분


재계에 분가(分家)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그룹 3형제간 재산 분배를 거의 마무리한 데 이어 동양그룹도 본격적인 분가 경영에 나섰다. 동양그룹은 9일 현재현(玄在賢)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메이저(옛 동양시멘트)를, 담철곤(譚哲坤·둘째사위)부회장은 동양제과를 각각 전담하는 독립 경영 태세를 갖췄다고 밝혔다.

▽분가 경영 러시〓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지난해말 자신이 보유중인 동양제과 주식 전부를 담부회장에게 넘겼다. 대신 담 부회장은 동양메이저(구 동양시멘트) 지분 모두를 현 회장에게 넘겼다. 동양제과는 종합미디어 업체인 온미디어를 주축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면서대호가 갖고 있는 7개의 케이블TV를 인수하기 위해 그동안 협상을 벌여 왔었다.

동국제강도 최근 14개 계열사 중 9개사를 지분정리, 매각 등을 통해 계열 분리했다. 동국제강 그룹은 그동안 고 장상태 회장과 동생인 장상건 동국산업회장,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등 세 형제가 계열사를 나눠 경영해 왔으나 이번에 고 장회장의 동생들이 한국철강그룹으로 분가했다. 동국제강은 앞으로 고 장회장 장남인 장세주 사장이 경영을 이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분리 과정을 겪으며 정몽구(현대차 그룹), 정몽헌(현대건설 그룹), 정몽준(현대중공업 그룹) 등 3형제간 분리 경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밖에 SK그룹의 2세 사촌간 분할 경영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성그룹도 2세 형제들을 대거 경영 전면에 내세워 분가 체제에 들어갔다.

▽요즘 왜 몰리나〓동양그룹측은 “사위 기업간 재산 분할은 각자의 전공과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생존책”이라고 말했다. 송상호(宋相鎬·경영학)경희대 교수는 “분가 경영이 러시를 이루는 것은 사업 구조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핵심 역량을 구축하느냐에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핵심 역량만을 떼어 경영에 임할 경우 시장 신뢰가 쌓이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좌승희 박사(한국경제연구원)는 이에 대해 “재벌 체제가 붕괴되는 데 따른 당연한 추세”라며 “선단식 경영에 대한 정부 규제와 폐해를 동시에 방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가 경영은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하락 추세도 원인〓계열 분리를 비롯한 분가 경영이 주가가 낮은 시기에 집중되는 것은 보유 주식을 상호간에 교환(스와프)하는 과정에서 물어야 하는 세금 등 부담이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재무구조 개선 및 2세 경영 체제가 진행될수록 분가 경영은 불가피한 대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