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얼마나 되나]빚더미 공기업 임금수준 '초특급'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58분


‘공기업 임직원의 월급봉투는 두툼하다.’

임금 수준이 민간기업체나 공무원에 비해 꽤 높기 때문이다. 공기업끼리도 임금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기업은 빚더미에 앉아있는데도 월급은 두둑히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 임금 실태〓29일 본보가 입수한 정부투자기관 월평균 급여수준 비교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전력 등 13개 정부투자기관의 대졸 초임(상여금, 각종 수당 포함)은 152만2000원이었다.

이는 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제조업, 건설업, 통신 금융 보험업 등 1339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월평균 임금 144만1000원보다 8만원 정도 많은 액수다.

▼道公-광진公-貿公 順 '두툼'▼

공기업별로 보면 대졸 초임의 경우 도로공사가 177만4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광업진흥공사가 173만3000원으로 2위, 무공이 168만9000원으로 3위, 농업기술공사가 163만8000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10년 근속직원(과장)의 경우에는 도로공사가 월평균 29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무공(280만5000원) 관광공사(261만7000원)순이었다. 20년 근속한 부장은 도로공사가 376만1000원으로 1위, 무공이 367만8000원으로 2위, 수자원공사가 361만9000원으로 3위였으며 직급이 높아질수록 공기업들의 임금 격차가 비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 공무원보다 많아〓이같은 공기업의 임금은 초우량 민간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올해 수조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는 A그룹 계열사의 경우 대졸 초임은 월평균 166만6000원으로 도로공사나 무역공사보다 낮았고 10년차 과장의 경우 261만6000원으로 13개 공기업과 비교하면 4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B그룹이나 중견 C기업과 비교할 때도 공기업의 임금 수준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총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대졸 월평균 초임은 144만1000원이었고 10년차 과장은 233만5000원, 20년차 부장은 311만원이었다. 이는 공기업 임금 수준보다 평균 10만원 이상 낮은 것으로 연봉으로는 100만∼3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또 근무환경이 비슷한 공무원의 경우 대졸 초임(7급3호봉) 124만1000원, 10년 근속(6급12호봉) 196만4000원, 20년 근속(5급21호봉)은 274만6000원으로 공기업 직원에 비해 크게 낮았다.

▽생산성에 비해 과다한 임금〓전문가들은 단순히 급여 수준이 높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생산 효율성과 비교해 임금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공기업의 경우 경쟁 없이 주된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있고 예산을 지원 받기 때문에 내부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투자기관 월평균 임금

기관초임(대졸)10년 근속(과장)20년 근속(부장)
도로공사1,774(117)2,930(120)3,761(114)
무역공사(KOTRA)1,689(111)2,805(115)3,678(112)
수자원공사1,550(102)2,559(105)3,619(110)
관광공사1,604(105)2,617(108)3,475(105)
토지공사1,305(86)2,468(101)3,470(105)
전력공사1,371(90)2,409(99)3,421(104)
주택공사1,290(85)2,281(94)3,307(100)
유통공사1,494(98)2,452(101)3,238(98)
농업기술공사1,638(108)2,427(100)3,211(97)
석유공사1,539(101)2,259(93)3,127(95)
광업진흥공사1,733(114)2,251(92)3,040(92)
조폐공사1,387(91)2,294(94)3,025(92)
석탄공사1,419(93)1,887(77)2,473(75)
평균1,522(100)2,434(100)3,296(100)

일반 기업 월평균 임금

구분부장차장과장대리대졸신입전문대졸(신입)고졸 이하
2000년3,110.22,695.52,335.81,952.01,441.61,225.01,082.5
1999년2,817.02,,424.92,198.11,828.41,318.81,064.3 914.5

▼"치열한 경쟁없이 독과점▼

특히 업무 자체가 치열한 국제 경쟁이 필요 없는 독과점 측면이 강하다는 것도 고임금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 원인이라는 것.

이달 초 발표된 퇴출기업 선정기준이 영업 이익으로 빚에 대한 이자를 갚을 수 있느냐는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미치는 기업들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부채가 32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상당수 공기업들이 민간 기준으로는 퇴출대상 기업에 포함될 정도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면서도 우량 민간기업에 버금가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경제연구원 김환일(金渙日)박사는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임금을 삭감했지만 공기업들은 무풍지대로 남아있었다”며 “공기업 개혁 과정에서 고용 조정이 힘들다면 인건비에 대한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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