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특히 회생기업으로 분류한 69개 기업에 대해 채권단 차원에서의 어떤 후속대책도 아직 나오지 않아 기업 분류작업의 취지가 퇴색될 조짐 마저 보이고 있다.
▽ '우리는 억울하다'=대구 지역 굴지의 건설업체인 (주)청구는 요즘 분양중도금이 입금되지 않아 초비상이다. 지난 3일 발표된 법정관리·청산기업 에 청구의 정확한 분류대상은 법정관리 기업으로서 신규자금지원을 중단 하는 기업. 그러나 퇴출대상 29개 기업명단에 끼는 바람에 분양 예정자들에게는 애꿎게 청산기업으로 비쳤다.
청구 관계자는 "자산매각 등 법정관리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어차피 앞으로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없는데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불필요한 사족을 달아 발표하는 바람에 영업에 상당한 치명타를 입었다"며 몹시도 억울한 표정.
신규자금 지원중단 결정을 받는 다른 기업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죽인 기업 또 죽이기=졸속 선정은 '죽인 기업 또 죽이기'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조흥은행이 청산으로 분류한 해우는 해태음료를 매각하면서 청산작업을 위해 새로 설립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 기존 직원들은 이미 해태음료를 매입해간 쪽에 모두 넘어가고 10명 정도가 남아 청산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청산으로 분류된 한라자원은 이미 97년12월에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에 법정관리 폐지를 통한 청산으로 결정난 신화건설 직원은 이번 발표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표정. 이미 11월 1일 서울법원에서 법정관리 폐지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의 '퇴출기업 부풀리기'란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 '우리는 살수 있다'=청산으로 분류된 삼익건설은 채권은행단의 결정에 상관없이 사적화의를 추진, 진통을 겪고있다. 은행권의 채권비율이 24%에 불과하고 76%가 개인채권자이기 때문에 충분히 사적계약을 통해 회사를 살리는 화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삼익건설측 주장이다.
채권은행인 한빛은행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동조하는 분위기다.
채권단이 법정관리 폐지 신청을 통한 청산으로 분류한 대동주택과 일성건설은 법정관리 기업의 생사권을 쥔 법원이 "죽일 이유가 없다"고 밝혀 혼선을 빚은 케이스.
일성건설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은 "우리는 신규자금 지원 중단 케이스로 올렸는데 금감위에서 폐지신청으로 바꿨다"고 해명하고 있다.
▽손놓은 후속작업=채권단은 '대학 입시를 끝나고 휴식에 접어든 입시생' 같은 분위기다. 정부와 채권단은 69개 생존기업에 대해서는 서둘러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제2금융권이 참여하는 후속확대채권단회의도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특히 청산신청도 지지부진한 상태. 우성건설의 경우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법정관리 폐지신청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 담보가 없는 채권이 7500억원에 이르러 각 은행이 실제 폐지로 갈 경우 입게 될 손실을 저울질 하느라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현진 이나연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