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거래 터진 LG텔레콤...“자금 쓸어간다” 벤처 냉가슴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마지막 대기업인 LG텔레콤이 등록된지 열흘만에 200만주가 넘는 대량 거래가 터졌다. 초기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반기업주주들이 대규모 매도물량을 내놓으면서 오전 한때 상한가가 무너지기도 했으나 코스닥시장의 강한 반등에 힘입어 결국 상한가를 지켜냈다. 벤처기업의 자금줄이어야 될 코스닥시장에 LG텔레콤같은 대기업이 들어와 벤처자금을 쓸어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향후 주가전망〓LG텔레콤은 9월19일 등록된 이후 열흘동안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등록전 장외시장 가격이 1만4000원∼1만6000원이어서 주가가 이 수준에 근접하기 전까지는 매도물량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LG텔레콤은 일단 기세상한가만으로 1만5000원대로 진입하는데는 성공했다. 향후 주가는 SK텔레콤 한통프리텔 한통엠닷컴 등 다른 이동통신업체와 함께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민경세 연구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신세기통신의 시장점유율 50%미만 시한 연장요청을 기각했기 때문에 LG텔레콤의 올 연말 가입자는 357만명으로 작년말보다 49만명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용자금 독식〓LG텔레콤은 정부의 대기업 코스닥시장 진입 억제를 운좋게 피해갔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처럼 공모과정에서 코스닥자금을 쓸어가지는 않았지만 벤처주식을 살 돈이 대기업 주식으로 몰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컨설팅사 사장은 “코스닥시장이 폭락했다가 가까스로 반등하는 상황에서 LG텔레콤의 등록은 벤처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텔레콤이 자체 유상증자 및 회사채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벤처기업의 자금줄인 코스닥시장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며 시장이 살아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스닥기업들은 올 3.4분기(7∼9월)중 유상증자 및 사채발행을 통해 2조4486억원을 조달했는데 이중 벤처기업 몫은 2885억원에 불과했다. 또 한통프리텔 등 대형통신4사의 시가총액비중이 27%를 차지해 벤처기업은 코스닥시장에서마저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