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한파 스스로 불렀다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41분


유연하고 중장기적인 고유가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이 고유가의 충격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수입선이 편중되었다는 점. 70, 8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정부는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했지만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85년 58%에서 작년에 72%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렇게 수입선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비상사태 시 원유 물량 확보는 물론 도입가격 면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에너지 세제 개편도 ‘편의주의적인 처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송용 유류의 가격을 대폭 올림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억제한다는 발상은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의 결핍이라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산업용 에너지의 소비효율 제고 등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정부가 이를 소비자 부담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의 해외유전 개발 노력도 부족하다. 오일쇼크 이후 정부는 2010년까지 국내 석유 소비량의 10%를 해외 유전개발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 규모는 턱없이 못미친다. 해외 유전 개발 투자액은 97년 5억8300만달러에서 98년 3억달러, 작년엔 2억달러대로 떨어졌다. 유가가 안정을 보이면서 기업들은 해외유전 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국내 석유 소비량 중 해외개발 유전 원유 도입 비중은 겨우 1.7%. 같은 비산유국으로 60년대부터 꾸준히 투자해온 일본의 15%와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연간 8조∼9조원에 달하는 석유 수입부과금을 걷고 있지만 이를 에너지 투자에 쏟지 않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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