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이후 처음 외환보유고 첫 감소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50분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이 901억1000만달러로 6월말에 비해 7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매달 20억∼30억달러씩 꾸준히 늘어나던 증가세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 특히 최근의 동남아통화 불안과 관련해 외환보유고의 지속적인 확충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의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상당수 외환전문가들은 이번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보유액 왜 줄었나〓한국은행 조문기(趙文基)외환운영팀장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유로화 및 엔화의 약세로 우리나라가 보유중인 유로화 및 엔화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평가금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원천적인 달러 공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은 올 들어서 수출대금과 주식매각자금 등으로 벌어들인 달러로 은행에 외화대출자금을 계속 상환해왔으며 한국은행이 은행으로부터 이를 환수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속하게 증가해 왔지만 수출이 줄면서 상환자금이 주는 등 상황이 반전된 것.

금융연구원 차백인(車白仁)국제금융팀장은 “그러나 주식투자자금과 수출대금의 유입액이 하반기들어 늘고 있어 외환보유액의 감소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앞으로의 증가폭은 크지 않으며 외환보유액 운용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 외환보유액〓현재 외환보유액이 적정규모인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

신중론자는 현재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주식자금이 차익실현을 위해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 특히 외국자본 유출로 외환위기를 맞았던 우리나라로서는 적어도 1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김경엽(金慶燁)박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국자본 유출에 따른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외환보유액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변동환율제에서는 외국자금의 급격한 유출은 환율상승을 불러오고 외국자본이 그만큼 환차손을 입기 때문에 급격한 자본유출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다. 또 외환보유액을 지나치게 많이 쌓을 경우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기회비용도 많아 현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입장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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