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우선협상대상 선정]대우 워크아웃 급류탄다

대우차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포드가 단독 선정되면서 대우차 인수전이 정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우차 매각 작업이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면 대우그룹 워크아웃 작업이 급류를 타는 것은 물론 대외 신인도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왜 포드인가〓대우측은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1개 또는 2개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밝혀 2개 업체가 동시에 선정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포드측에서 7조7000억원(70억달러)이라는 월등한 가격을 제시한 점과 매각시일이 촉박한 점 등을 감안해 1개 업체로 최종 결정됐다.

26일 오후 오호근(吳浩根)대우구조조정협의회 의장과 채권단인 산업 조흥 한빛은행장, 학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입찰평가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평가위원들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1개 업체를 발표할 것이냐, 아니면 2개 업체를 동시에 발표할 것이냐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포드와 현대측은 입찰제안서 마감 직후 서로 가격면에서 자신있다고 강조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포드측이 7조7000억원의 가격을 써냄으로써 기선을 제압했다. GM측은 가격을 제외한 다른 부문을 중심으로 접근했으나 가격에서 워낙 밀려 처음부터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은 독점 문제와 대우차에 대한 다임러의 소극적 태도가 감점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일정〓포드측은 최종 인수제안서를 내기에 앞서 다음달부터 정밀 실사를 벌이게 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달 초 포드측과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측이 만나 결정하게 된다.

실사와 함께 최종적인 가격 흥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발채무 등이 발견될 경우 포드 쪽에서는 값을 깎자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포드가 아시아 및 동유럽 시장에서의 대우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며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협상이 막판에 깨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실사 작업이 끝나면 포드측은 인수가격과 조건을 담은 최종 제안서를 내게 된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측에서 대우차 매각을 8월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나선만큼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

▽평가와 전망〓우선협상대상자의 선정이 대우차 매각의 종착역은 아니지만 일정대로 8월말까지 본계약이 이뤄질 경우 대우차의 조기 정상화와 채권금융기관의 부담 경감, 대외 신인도 향상 등의 순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는 대우 계열 12개 워크아웃 대상 기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계열사. 대우차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대우중공업이나 대우전자 등 다른 계열사의 분리나 해외 매각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평가된다.

포드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지난해 이후 생산과 영업 활동이 극도로 위축됐던 대우차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들과 직원들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일단 대우차 문제가 조기에 수습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포드가 제시한 7조7000억원이라는 금액도 헐값은 아니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채권단 실사에 따른 대우차의 자산가치는 11조8349억원. 순자산가치 5조원과 영업권 프리미엄 등을 합쳐 7조∼9조원에 인수가격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포드는 대우차 인수로 자동차 세계 1위(생산대수 기준)로 올라설 전망이다. 포드는 지난해 생산기준 675만대로 세계 2위. 대우의 지난해 생산대수 102만대를 합쳐도 777만대로 874만대의 GM(피아트 251만대 포함)보다 적지만 평년의 대우의 차 생산능력(230만대)을 감안하면 GM을 곧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대우차 매각 관련 일지▼

▽99년8월26일〓대우차 워크아웃 결정

▽11월25일〓채권금융기관 협의회, 기업개선계획 확정

▽2000년1월12일〓대우차 입찰사무국 설치

▽2월10일〓대우 계열 구조조정추진협의회 설치

▽2월14일〓국제입찰 초청장 발송 및 입찰 참여의향서 접수(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피아트, 현대차)

▽3∼5월〓실사

▽6월26일〓1차 인수제안서 접수, 현대차-다임러, GM-피아트 컨소시엄 구성

▽6월29일〓우선협상 대상자로 포드 선정

▽7∼9월〓2차 정밀실사 실시(예정)

▽9월말〓최종인수업체 선정(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