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현대 자구 노력땐 건설등 500억지원"

  • 입력 2000년 5월 25일 23시 48분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25일 현대그룹이 발표한 자구노력이 당초 요구한 수준에 못미친다고 보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완전 퇴진과 조속한 계열분리 완결,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확보 등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현대가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건설 등 계열사에 대해 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현대는 이날 정 명예회장이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현대상선 등 계열사에 갖고 있던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는 대신 현대자동차 소그룹의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측 발표에 자산매각 계획이 포함되지 않은데다 정 명예회장의 완전 퇴진 여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아 있어 현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현대투신 사태 이후 제2금융권 등 자금시장에서 현대 일부 계열사에 대한 좋지 않은 루머가 돌아 가시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해왔다”며 “25일 발표는 그중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의 발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만약 현대측 발표가 금융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 수립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자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11.1%) 현대건설(4.1%) 현대상선(2.7%) 지분을 현대상선, 정몽헌(鄭夢憲)회장, 현대건설에 각각 매각했다.

정 명예회장은 대신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자동차 주식 6.8%를 매입하고 주식시장에서 일부를 추가 매집, 자동차 지분을 9.0% 확보함으로써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외견상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현대자동차 소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정 명예회장의 현대자동차 주식 취득과 관련해 “세계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해외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앞두고 있는 등 중요 현안이 많아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차원”이라며 “정몽구회장의 자동차 소그룹 회장체제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현대는 또 올해 계획한 6조5000억원의 투자규모를 2조2000억원 줄여 4조3000억원으로 축소, 유동성 확보에 노력하기로 했다.

현대는 또 이미 약속한 인천제철 독립계열분리도 6월말 이전에 매듭짓고 현대석유화학은 외자유치협상을 9월말까지 마무리지어 현재 36개인 계열사를 22개로 줄이기로 했다.

<이병기·박현진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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