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 대우車 인수 2파전 압축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50분


세계 1, 2위 자동차 메이커인 미국 GM과 포드가 대우자동차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2000 수입차 모터쇼’를 계기로 최고경영진이 잇따라 방한, 채권단 및 정부측과 접촉하는 등 인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GM 우세 속 포드의 급부상〓대우차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피아트 현대 등 5개업체. 그러나 GM과 포드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실상 2파전으로 굳어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GM은 1일 리처드 와거너 본사 사장이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는 데 가장 적합한 업체”라면서 인수 후 경영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감을 표명했다. 9일에는 잭 스미스 회장이 직접 방한, 인수팀에 힘을 실어줄 계획.

포드도 98년 기아차 인수전을 이끌었던 웨인 부커 부회장이 2∼4일 방한, 채권단과 정부측 인사들과 접촉하고 기자회견을 갖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대우차 인수전 초기엔 여러 조건면에서 GM이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최근 포드가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현재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인식되는 포드가 98년 기아차 인수전에서 패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략은 비슷하다〓GM과 포드는 지난해 각각 875만대와 676만대로 자동차 생산대수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다. 대우의 지난해 생산량은 103만대(쌍용차 포함)로 이번 인수전의 결과에 따라 GM이 부동의 1위를 굳히느냐, 아니면 포드가 1위로 올라서느냐가 결정된다.

GM과 포드는 단순히 생산량 증대뿐만 아니라 대우를 아시아 지역의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양사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이전과 투자, 고용 및 하청업체 승계 등에서 비슷한 조건을 내놓고 있어 결국 가격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GM측은 최근까지 대우차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양사가 밀접한 관계였다는 점을, 포드측은 10년전 인수한 재규어나 최근 지분을 늘린 마쓰다가 모두 판매량이나 수익면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대우차 근로자에 대한 ‘구애공세’〓대우차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 움직임에 대한 두회사의 이례적인 반응은 이번 인수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부커 포드차 부회장은 “노조 입장에서 고용 보장을 내세워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며 “포드는 해외공장 운영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노사 관계가 매우 건전하며 인수 후에도 고용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디 슐레이스 GM 부사장도 “대우차 근로자에 대해 장기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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