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스톡옵션은 되레 毒"…NYT "과다한 연봉 부작용"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미국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그들은 “우리 회사의 주가를 보라”고 응수해 왔다.

1988년 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평균 연봉은 200만달러(약 22억원). 같은 해말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는 2,168이었다. 7년 뒤인 95년 최고경영자들의 평균 연봉은 580만달러로 치솟았고 다우지수 역시 두배 이상 오른 5117을 기록했다. 다시 4년이 흐른 지난해 이들의 연봉은 1190만달러로 올랐고 다우지수도 11,497에 이르러 거의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고경영자들은 이같이 껑충껑충 뛰는 주가로 자신들의 높은 보수를 합리화해왔다. 이들연봉의 주요 원천은 스톡옵션(주식매입권)으로 주어지는 주식. 주가가 뛰면 회사에도, 최고경영자에게도 좋다. 스톡옵션으로 경영 동기를 부여하는 미국식 보수체계가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는 가운데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일 최고경영자의 과다한 보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최고경영자가 스톡 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내다팔면 주가가 떨어지고 주주들의 손해를 막으려고 회사가 주식을 사들이면 회사 순익이 감소하고 부채가 늘 수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94∼98년 4년 사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지수 소속 500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쓴 비용만 1500억달러에 이른다. 이들 기업 전체 주식 시가의 2%에 해당하는 규모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업들이 이런 비율로 주식을 계속 사들여야 한다면곧 투자여력이 없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선임 경제학자 존 론스키는 “지난 5년 동안 기업부채가 45%나 늘었고 이 돈은 주로 자사주 매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스톡옵션으로 주는 주식은 봉급과 달리 회사 비용으로 계상되지 않는다는점.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지난해 “스톡옵션에 따른 회사 부담을 고려하면 현재 발표되는 기업의 순익신장률은 과장돼 있고 따라서 투자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600개 기업을 상대로 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진의 연구결과를 인용해“회사 경영실적은 최고경영자에 대한 높은 보상이 아니라 연구투자 등 다른 요인이 좌우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벤&제리사 등 14개사에서는 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제안을 거부하는 등 스톡옵션에 대한 주주들의 거부감이 높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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