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1년]남북 경협-문화교류 '초겨울 한파'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58분


남북한간 경제협력 및 사회 문화교류사업이 주춤거리는 분위기다.

대북 포용정책과 금강산 관광을 계기로 다른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들어 곳곳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최고수준의 서커스로 평가받는 평양교예단의 서울 공연이 사실상 무산됐다. 북한 중앙통신은 13일 “교예단의 서울 방문을 논의한 바 없다”며 사업 자체를 부인, 남한측 사업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이 지난달 1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면담한 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의 대북사업도 기대에 못미친다. 서해공단 조성사업의 경우 현대는 북한측이 제시하는 세 곳의 후보지를 검토한 뒤 공단부지를 결정하겠다면서 북측 연락을 기다렸지만 북측은 우선 김국방위원장이 제시한 ‘신의주’지역만을 후보지로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공단부지 조사단의 방북도 한때 문제가 됐었다. 현대측은 당초 조사단에 토지공사 임직원들을 포함시켰지만 북한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국 현대측 조사원 16명만 15일 북한에 들어갔다.

통일부 당국자는 “무엇이라고 꼬집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측이 최근 들어 대남경협에 무척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교예단 공연의 ‘무산’은 북한의 대남경협 창구를 아태평화위원회로 단일화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면서 “이렇게 되면 아태평화위가 대남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게 돼 더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5일 시작된 북―미 베를린회담도 남북경협을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간 회담이 잘돼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정치 경제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남북경협과 교류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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