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投-大投에 공적자금]투신권문제 '땜질 처방' 그치나

  • 입력 1999년 10월 28일 00시 07분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다음주중 공적자금 투입방안이 발표되면 대우사태 이후 4개월 가량 금융시장 불안의 진원지였던 투신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대투와 한투에는 산업은행 등 정부출자기관과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나머지 투신(운용사)들은 은행 증권 대그룹 등의 대주주가 책임지게 된다.

금융감독원 강병호(姜柄晧)부원장은 “당초 우려됐던 합병 퇴출방식의 투신 구조조정은 없다는 정부의 시그널이 이제 시장에 확실하게 전달됐을 것”이라며 “투신사 경영합리화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수익증권의 무보증 대우채 편입분의 80%를 찾게 되는 내달 10일 이후 환매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경영정상회로 봉합

▽윤곽 드러난 투신권 처리방향〓정부는 당초 투신권 구조조정 시기를 시가평가제가 도입되는 내년 7월로 계획했으나 대우사태로 그 시기가 자연스럽게 당겨졌다. 그 결과 막대한 자본잠식상태인 한투와 대투, 그리고 유동성위기에 몰린 3,4개 투신운용사들의 합병인수 퇴출 등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불러왔던 것.

이에 따라 당초 자연스러운 투신사 구조조정을 유도했던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도 급기야 ‘퇴출 방식의 구조조정’에서 ‘경영합리화 방식의 구조조정’으로 방향 선회를 하기 시작했다.

즉 대투와 한투는 고객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최소한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고 다른 투신사들은 대주주가 책임지도록 했다.

금감원과 투신업계의 분석 결과 대우의 채권손실률을 50%로 가정한다면 투신권의 추정손실금은 2조8833억원 정도이고 증권 투신이 8대2로 분담할 경우 투신권은 3242억원을 분담하게 된다. 24개 투신(운용) 중 6개 정도가 손실금이 300억원 내외의 자본금을 초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주주들이 대그룹과 대형은행이라 어쨌든 손실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빛 조흥 등 일부 대형은행들은 대우여신 부실에 따른 손실에다 한투 대투의 증자참여와 계열 투신사의 손실액보전까지 부담이 더해져 연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위기 다시 맞을 가능성

▽투신 구조조정 끝났나〓대우채의 95%를 찾게 되는 내년 2월과 시가평가제가 도입되는 내년 7월에 투신권이 또다시 구조조정의 요인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가평가제는 채권값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대로 주는 것. 즉 지금까지 채권 장부가격에 경과이자를 주었던 투신권에 익숙해져 있던 고객들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 부실채권의 부실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면서 일부 투신사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번 투신 조치가 투신권의 구조조정을 유보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신인석(申仁錫)연구위원은 “한투 대투 등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투신사 신탁자산의 일부에 불과한 대우채권에 대한 해결책이지 그 자체가 투신사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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