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재벌개혁 실무회의서 '출자총액 비율' 격론

  • 입력 1999년 9월 14일 18시 38분


“선단식 기업경영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출자총액 비율을 순자산의 25%까지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정부측)

“단기간 내에 25%에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재계측)

▼시행시기 연기될듯▼

1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재벌개혁 정재계 실무협의회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사외이사 강화 등의 안건을 두고 정부와 재계의 격론이 벌어졌다.

재계는 정부측에 개혁속도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는 재벌개혁을 연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강도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이근경(李根京)재정경제부차관보는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합의한 순자산의 25% 이내를 확대할 수는 없다”면서 “대신 예외조항 적용이나 해소시한 연장 등 일부요구를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행 시기를 당초 2001년에서 2004년으로 연기해달라는 재계의 요구는 어느 정도 반영될 전망이다. 또 해외사업 외자유치 사회간접자본사업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일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요구 중 핵심인 출자비율 한도를 40%로 완화해 달라는 내용은 거부될 것이 확실시된다.

재계는 30대그룹이 정부안대로 출자비율을 맞추려면 12조원이 넘는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지배 구조 개선〓이차관보는 “총자산 규모가 1조5000억원이 넘는 대기업에 대해 사외이사를 50% 이상 의무화하는 방안도 양보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사외이사制 '평행선'▼

그러나 재계는 “기업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경련 유한수(兪翰樹)전무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사외이사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려면 사외이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겸직을 금하는 등 보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사수를 8명 이상으로 하는 것은 강제조항이 아니며 이를 수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세율 놓고 대립▼

▽기타〓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사외이사 비중을 50% 이상으로 의무화하려는 정부방침에 대해 재계는 역시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제2금융권의 경우 산업자본의 지배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며 당초안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상속세 증여세 강화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과세시효를 무기한으로 연장하고 최고 과세율을 인상한다는 방침인 반면 재계는 과세시효와 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규진·박정훈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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