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껑충’ 수출업계 ‘휘청’…해운·항공운임 치솟아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수출업계가 급증하는 물류비 부담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올들어 해상과 항공운임이 잇달아 대폭 인상되면서 수출업계는 가격과 품질경쟁 외에 물류비라는 거대한 적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해상운임은 북미와 유럽 등 주요항로에서 크게 올랐다. 컨테이너 선사들은 미주 및 구주로 향하는 해상 물동량 증가를 이유로 북미항로의 경우 FEU(40피트 컨테이너 한 단위)당 1200∼1400달러, 구주항로는 TEU(20피트 컨테이너 한 단위)당 500달러씩 인상했다.

북미항로의 운임 인상으로 타이어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제지 등 일부 제품의 마진율은 ‘0’에 가깝거나 심지어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있는 형편.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타이어의 경우 1만8000달러어치를 수출한다고 할 때해상운임은올초1400달러에서 현재는 2600달러로 85.7%나 부담이 늘었다. 운임 부담 증가분만을 놓고 따진다면 마진율은 1.5%에서 ―5.2%로 떨어졌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운임인상 분만큼 바이어와 가격 인상 협상을 새로 벌이는 등 자구책을 찾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도 운임이 75% 올라 역시 마진율이 1.4%에서 ―2.7%로 내려앉았다.

해상운임의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업종은 특히 철강 금속 부문. 가격에 비해 부피가 커 물류비 부담이 큰 데다 해외에서 경쟁이 치열한 품목이다. 항공편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은 업체들도 울상을 짓는 건 마찬가지다. 1일부터 루프트한자를 비롯한 국내 취항 항공사 대부분이 미주와 구주노선 항공화물료를 인상한 상태.

여기에다 창고보관료 부담까지 늘어났다. 2월 창고보관료 자율화 조치 이후 김포공항 항공화물에 대한 작업료와 단기보관료가 껑충 뛰었다. 보관화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단기화물(7일)에 대한 보관료는 30∼50% 오른 상태.

그나마 비행기 편 잡기조차 힘들다. 작년 한국의 경제난을 이유로 취항 중단과 감축운항을 실시중인 항공사가 많아 절대적인 운송공간이 부족한 실정. 상황이 이쯤 되자 다른 나라를 거쳐 ‘먼 길을 돌아’ 제품을 보내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에만 해도 8월말 현재 1000t의 적체화물이 쌓여 있다. 항공을 통해 많이 수출하는 전자업계에서는 “9,10월 성수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화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물류비는 매출액 대비 12.9%로 미국(7.7%) 일본(8.8%) 유럽(5.5%)보다 훨씬 높은 수준.

물류비 부담이 한국 수출 전선의 새로운 ‘복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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