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재벌개혁안]소그룹으로 쪼개고 총수권한 축소

  • 입력 1999년 8월 16일 18시 39분


정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재벌해체론’을 구체화하기 위해 25일로 예정된 정재계간담회를 취소하고 대신 정부와 여당 채권단 3자 간담회를 개최, 종합적인 재벌대책을 확정키로 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가 마련할 이번 방안은 구체적으로 △기업경영권을 재벌총수중심에서 이사회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주회사설립으로 재벌을 소그룹화하며 △감사위원회 소액주주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종착점은 재벌해체〓정부와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가 청와대간담회에서 제시할 지배구조개편안의 가장 핵심적 내용은 이사회의 권한 및 책임강화. 상장사와 금융기관에서 25% 이상인 사외이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재벌총수의 독단경영을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또 이사가 자신의 책임을 소홀히 했을 경우 주주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규정도 구체적으로 명문화 된다.

특히 제2금융권에 대한 5대재벌의 지배를 막기 위해 1,2금융기관은 반드시 감사위원회를 두고 제2금융권의 여신운용에 대한 규제도 대폭 강화한다.

▽재벌해체의 기본구도〓현행 재벌체제는 오너인 재벌총수가 자동차 전자 식품 백화점 프로야구단 등 서로 다른 업종의 수십개 기업을 황제처럼 지배, 경영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재벌해체는 상호지보로 얽힌 수십개의 기업을 분할하고 소유와 경영을 점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공식적으론 대우같은 재벌해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정부의 이번 2단계 개혁안이 현실화할 경우 해체절차를 밟는 대기업이 3,4개이상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지배구조개편안은 지주회사 활성화를 통한 소그룹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경제력집중을 완화하고 문어발식 체제를 해체하면서도 재벌오너들의 이해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 경영형태의 개혁방안도 △김우중회장의 시한부퇴진에서 나타나는 오너의 퇴진과 전문경영인체제의 등장, 즉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 △감사위원회 사외이사제 소액주주권한 강화로 재벌총수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전문경영인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 즉 소유와 경영의 단계적 분리로 나타나고 있다.

후자의 경우 현행 재벌총수가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되 경영권을 제한하겠다는 의도.

▽재벌이후의 기업형태〓재경부 관계자는 “일본의 마쓰시타전기,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현재의 재벌들이 소그룹 또는 독립기업으로 분할하여 전문대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쓰시타전기는 계열사가 140여개에 이르지만 모두 전기전자와 관련된 업종만을 영위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이를테면 현대전자그룹 현대자동차그룹으로 가되 지금의 현대그룹과는 완전히 별개의 그룹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경영 다각화는 경기순환에 대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의 성격을 갖는다”며 “과연 단일업종의 전문대기업이 세계시장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특히 재벌해체가 주력 기업의 외국매각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주력산업이 궤멸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우려도 나온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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