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제재배경]삼성車 채권단 「칼」뺐다

  • 입력 1999년 8월 10일 22시 49분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그룹을 향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채권단이 10일 밝힌 삼성그룹 제재방안은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가 2조8000억원에 못미칠 경우 부족분을 책임지겠다는 확약서를 반드시 제출받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다.

채권단이 초강경 수단을 동원해 삼성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 서울보증보험에는 벌써 680억원 가량의 삼성차 회사채에 대한 원리금 대지급 요청이 들어와 있다.

다음주초 열리는 삼성 전계열사 주요 채권단협의회에서 채권액 기준 90%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금융제재에 착수할 수 있다. 이 협의회에서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89%에 이르므로 이날 운영위의 결정으로 삼성에 대한 금융제재는 사실상 결정된 셈.

채권단이 제재에 나선 근거는 채권확보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재무구조개선약정상의 변경사항에 대해 채권단과 협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전협의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채권확보에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것.

즉 삼성차 법정관리 신청으로 △삼성물산 등 12개 계열사의 채권손실 1조1550억원 △삼성전자 등 5개 계열사의 투자손실 3090억원 △삼성의 역외펀드인 팬 퍼시픽 인더스트리얼(PPI)투자회사가 풋옵션을 행사한데 따른 삼성전자 등 3개사의 손실 4401억원 등 모두 1조941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채권단은 주장했다.

이날 채권단은 삼성에 대한 경고조치 없이 바로 금융제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으며 삼성측이 확약서만 제출하면 그날로 바로 금융제재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채권단이 내심 바라는 것은 다음주로 예정된 채권단 전체회의까지 여유를 주고 삼성측의 항복을 유도한다는 것.

하지만 삼성측의 반응은 여전히 완강해 타협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 금융계에선 “신규여신 중단은 버텨내겠지만 만기여신 회수에 나서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며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날 채권단의 손실분담 방안에 대해 일부 채권단이 공식적으로 제기했으며 정부 고위관계자도 언급했기 때문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다만 삼성측이 계속 손실보전을 거부할 경우 법정관리중인 삼성차는 10월 이후 파산선고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삼성차의 부채 4조3000억원 가운데 삼성이 맡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와 삼성차의 청산가치 약 1조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채권자들이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

삼성측은 일단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채권단과 삼성의 싸움이 해외에서까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경우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 또 이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돼 이회장의 경영실패 문제가 집중 부각되는 경우 큰 부담이 되므로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것이 삼성 내부 일각의 의견이다.

〈송평인·홍석민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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