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1株 1백만원 돌파 반갑지 않아요』

  • 입력 1999년 4월 19일 19시 47분


주가폭등세를 타고 주당 1백만원을 돌파해 ‘황제주’로 등극한 SK텔레콤. 그러나 정작 SK그룹은 주가의 ‘고공비행’이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주가가 오를수록 경영권 안정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 SK그룹이 현재 보유중인 SK텔레콤 지분은 25%선. 안정적 지분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7월부터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현재의 33%에서 49%로 확대되기 때문에 경영권 안정을 자신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통신이 보유중인 18.35%의 지분을 매입해야 할 입장. 그러나 작년초 주당 35만원이던 주식이 1백만원선을 넘어서면서 이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추가비용이 들게 됐다. 추가 상승 기대분을 더한 ‘프리미엄’까지 예상하면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올들어 4% 가량의 지분을 추가 매입한 SK측은 이같은 이유 때문에 “주가상승이 희소식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기업에는 일단 ‘기분 좋은 뉴스’임에 틀림없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인 대기업들은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유상증자가 순조로워진다. 또 액면가와 시가와의 차익이 커지는 만큼 이를 자본금에 적립할 수 있어 부채비율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고민도 적지 않다. 증자로 늘어난 주식을 일반투자자들이 매입하면 총수 등 내부 지분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상증자가 활발했던 작년에 재벌 총수들과 친인척들의 보유지분은 평균 5.44%로 97년보다 0.23%포인트 낮아졌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는 증자한 주식을 스스로 사들여야 하는데 주가가 오르면 부담이 커진다.

작년부터 가장 활발히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는 현대그룹의 경우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과 정몽구(鄭夢九) 정몽헌(鄭夢憲)회장 등 총수 지분율 높이기에 적잖게 신경을 쓰고 있다.

정명예회장은 올들어 증자를 실시한 현대건설 현대상선과 현대산업개발 주식을 사들였다.

정몽규(鄭夢奎)회장도 자동차회장이던 작년 10월 현대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대폭 늘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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