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장기 투자자들 몰려온다…내년초 투자 크게 늘듯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8분


한때 우리나라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밀물처럼 다가오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투자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본과 인수합병(M&A)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던 올해 초반의 양상과는 달리 최근에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전략투자를 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전략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은 한국경제에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갖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최근의 기아자동차 처리와 금융권 구조조정 등 국내요인에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일본 엔화강세 등 해외변수가 함께 작용해 국제 투자자본이 한국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 같다.”(미국 메릴린치증권 관계자)

▼한국행 티켓을 끊는 외국자본〓2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외국인투자 종합상담실. 몇달전과는 달리 다소 웅성웅성하는 분위기다. 3개의 상담실은 오전에 이미 미국인과 일본인들로 모두 채워졌다.

미국의 호텔 카지노업체인 메이 엔터프라이즈사의 케네스 예리커는 “한국에 1억달러 이상 투자할 호텔을 찾으러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투자환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비록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한국경제는 작년의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나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투자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이 상담실을 찾은 일본 의류업체의 나카다니 마사오(中谷正雄·44)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방일중 한국의 투자환경이 개선됐다고 말하는 걸 별로 믿지 않았는데 직접 와서 보니 경제개혁과 제도개선을 빠른 속도로 진행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은 앞으로 1년 정도 어려움을 겪은 뒤에 개혁의 성과에 따라 다시 정상궤도에 들어설 것”이라며 “지금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에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지방에서는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하기 위한 절차가 너무 복잡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봉규(朴鳳圭)종합상담실장은 “올해 초반과 달라진 것은 외국인들이 바라는 상담내용”이라며 “2∼3월에는 주로 기본자료 요청이 많았으나 최근들어 매물 투자인센티브 입지조건 등 구체적인 정보요구가 많아 분위기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달간 M&A업무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던 국내 법률전문회사(로펌)와 컨설팅업체들도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한다.

▼왜 들어오나〓화이스트인베스트먼트사의 박동현(朴東賢)사장은 “최근 들어오는 것이 진짜 외국인 투자”라고 강조했다.

“올해초 우리나라에 밀려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멕시코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섰을 때 단단히 한몫 잡았던 그 투기자본들로 국내의 투자환경 미비와 구조조정 전망불투명 등으로 8월경까지 완전 철수했었다. 반면 최근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기 위한 투자자들이다.”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정부 관계자는 최근의 외국인 투자 증가 분위기에 조심스러운 자세다.

산업자원부 김호원(金昊源)투자진흥과장은 “연말과 내년 초반에 투자가 많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은 스타트단계인 것 같다”며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직도 주저하는 면은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신치영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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