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경제위기 처방 紙上논쟁]

  • 입력 1998년 10월 8일 19시 24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지난달 30일 “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초긴축정책은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는 요지의 칼럼을 실었다. 이에 대해 한국인에게 낯익은 휴버트 나이스 IMF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은 이 신문 5일자에 반박문을 개재했다. 나이스국장의 글을 읽은 채수찬(蔡秀燦)미 라이스대 경제학과교수는 이 신문 7일자에 나이스국장을 반박하는 의견을 실었다. 나이스국장과 채교수의 지상(紙上)논박을 요약한다.

▼나이스국장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붕괴로 외국자본이 이탈하고 환율이 급락하던 지난해 12월,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대안은 고금리를 통한 긴축재정이었다. 이후 빚어진 경기침체는 자산가치 하락과 자본유출이 일으킨 충격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2월 이후 한국경제가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자 IMF는 한국의 거시경제정책을 바꾸도록 해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재정적자를 허용하는 팽창정책을 수용했다.긴축정책의 완화 범위와 도입시기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판단의 문제’이지 신뢰할 만한 분석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의 장애물은 국내수요의 부족 외에도 부실해진 재벌기업과 금융기관이다. 한국경제는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 미래는 없다는 식의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은 지나친 감이 있다.

▼채수찬교수

IMF가 구제금융 제공 초창기에 한국에 요구한 고금리정책이 오늘날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가져온 원인이 아니라는 나이스국장의 말은 옳다. 그러나 IMF가 한국에 요구한 경제개혁은 전혀 엉뚱한 부문을 강조해 상황을 망친 측면이 있다.

한국의 문제는 단기채권의 상환요구가 일시에 집중된 것일 뿐이었다. 한국의 장기채무 상환능력은 문제가 없었다. IMF는 작년 10월까지도 ‘한국경제는 건강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외국인 채권자들이 한국에서 잇따라 발을 빼자 ‘한국경제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돌변했다.

IMF가 이처럼 군중심리에 휩쓸린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이로 인해 외국인투자가 얼어붙고 한국내 투자와 소비가 모두 위축됐다. 한국은 속도는 빠르지 않았으나 경제개혁을 계속 추진해왔다. 하지만 IMF가 지나치게 개혁만을 강조한 것이 한국경제를 급속히 위축시킨 주범의 하나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윤희상·김승련기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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