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 협상 현지표정]희망…불안…막판 진통

  • 입력 1998년 8월 21일 19시 23분


기대와 우려, 희망과 불안, 환호와 좌절….

국민회의 중재단과 현대자동차 노사의 협상이 21일 우여곡절 끝에 타결국면에 접어든 뒤에도 마지막 진통이 계속되자 울산공장 안팎은 수시로 희비가 엇갈렸다.

노사 양측은 물론 경찰과 일반 시민들까지 일단 안도하면서 극적인 타결을 기대했다. 특히 부녀자와 어린이들까지 동원한 채 수십일 동안 농성을 계속해온 노조원들은 “이젠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기뻐했으나 한편으론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1일 오전 국민회의 중재단이 “노조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공식발표하자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하며 극한 투쟁을 벌여온 일부 조합원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

일부 조합원들은 “결국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것이냐”며 “지도부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

한 조합원은 “집행부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인다면 필연적으로 노조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

그러나 상당수 조합원은 “집행부도 최선을 다한 것 아니겠느냐”며 지도부의 결정을 수긍한다는 반응.

○…노조의 정리해고 수용의사가 전해지자 울산공장 인근 주민들은 대타협에 큰 기대감을 표시.

특히 조업중단기간 중 매출고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식당주인들은 “한시바삐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피력.

공장 앞에서 16년째 ‘거창슈퍼’를 운영해온 김삼순씨(48)는 “한식구 같은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한달 넘게 고생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며 “다치는 사람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기대.

○…회사측은 이날 오후 “아직 협상이 끝난 게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타결될 경우에 대비, 공장시설 가동계획을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외견상 관리직 직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분임토의를 벌이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

○…이날 울산공장 본관 정문에서 노조측과 대치하던 전경들도 대타협 분위기가 전해지자 다소 긴장이 풀린 표정.서울 2기동대 소속 배종준경위는 “지금 동원된 병력은 전국 각지에서 ‘방범’의무를 맡아야 할 병력”이라며 “관할 지역에 돌아가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

○…이날 오전 노조의 정리해고 수용방침으로 급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협상분위기가 회사측의 반발로 또 다시 난관에 부닥치자 노조원들 사이에는 초조한 분위기가 역력.

노조원들은 집행부가 정리해고를 최소화하면서도 재취업 보장과 위로금 확보 등 실리를 택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이같은 안이 취소되지 않을까 초조한 표정.

노조원들은 “경찰력이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협상장 주위를 맴도는 등 불안한 기색.

〈울산〓이원홍·권재현·이완배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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