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주가 브레이크가 없다』…엔低 충격 여파

  • 입력 1998년 6월 16일 07시 24분


엔화 약세 쇼크로 주가가 브레이크도 없이 추락중이고 외환 채권시장도 휘청거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가지수가 11년 5개월만에 200선대로 떨어졌지만 저가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증시의 유일한 매수세력이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화가 안정되지 않으면 주가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외국인들은 그동안 주식을 팔아 모은 원화로 2억∼3억달러를 대거 매입, 원―달러 환율이 1천4백원대를 돌파했다.

▼엔화가치 평가절하〓도이체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 달러강세와 엔화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대우증권은 엔화가치 하락으로 아시아 주가가 동반하락하고 아시아증시에서 손실을 입은 아시아지역 투자펀드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기업의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금융자본이 아시아를 떠나 미국 등으로 옮겨가는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매수 세력의 실종〓외국인들은 5월 8백31억원어치를 순매도한데 이어 6월 들어 15일까지는 1천8백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주식을 처분하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다.

투자신탁회사들은 고객재산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자체 보유한 유가증권을 대부분 매각할 계획이어서 주식시장에 적잖은 물량부담을 줄 전망이다.

대유증권 김경신(金鏡信)이사는 “투신사들이 내년까지 1조원 정도의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조조정의 불안감〓이달중 퇴출(정리)대상 부실대기업과 부실은행의 선정을 앞두고 증시에는 근거없는 명단 등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은 “대형우량주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어도 너무나 위험 부담이 커 살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달부터 부실대기업과 은행에 대한 정리작업이 시작되면 부작용이 적지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부실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급보증을 해준 우량계열사가 함께 넘어지거나 부실은행 정리과정에서 발생한 신용경색으로 우량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다.

▼휘청거리는 외환 채권시장〓최근 원―달러 환율은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1천4백원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작년 외환위기에 놀란 국내 기업들이 야금야금 비축한 달러가 무려 1백억달러에 달해 환율상승을 막는 완충역할을 했다.

그러나 15일 환율이 36원가량 큰폭으로 오르면서 달러당 1천5백원대 재진입의 가능성을 높였다.

외환은행 하종수(河宗秀)딜러는 “엔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국내 외환시장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엔화절하를 반영하지 못한 원화환율이 적정수준으로 상승하는 장세”라고 설명했다.

중국 위안화가 동반절하하는 상황이 오면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 국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외환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신한은행 배진수(裵縉洙)딜러는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천원 수준에 이를 때까지 원―달러환율은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1천4백5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업계에서는 달러당 엔화환율이 1백50엔이 되면 원화환율도 1천5백원까지는 올라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금시장에서는 주가폭락과 환율상승 여파로 시중금리의 하락 추세가 꺾일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

대우증권 채권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보유채권을 한꺼번에 매도하기 시작하면 자금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강운·천광암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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