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재고 처리, 자동차-의류-신발까지 확산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내수판매가 극도로 침체되자 세관 보세창고에서 곧장 제삼국으로 재수출되는 수입품이 크게 늘고 있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환차익을 노린 이같은 반송 수입품이 일부 품목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자동차 의류 면제품 신발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올 들어 인천항 보세창고에서 제삼국으로 재수출된 수입차는 도요타 아발론 등 모두 27대.

통관절차를 마친 수입차의 경우도 내수 위축에 따라 판로가 막히자 주한미군과 외교관 등으로 판매선을 바꾸고 있다.

2월 한달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입차를 판매한 포드자동차 코리아는 총 판매대수 1백55대중 1백36대를 주한미군과 외교관에게 처분했다.

중국에서 수건 의류 등 면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A사는 국내에서 판로가 막히자 물류창고에 보관중이던 수입품을 그대로 홍콩과 싱가포르에 역수출키로 하고 거래선을 물색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환율급등 직전에 수입한 물건이 많아서 달러화 기준으로 단가를 다소 낮춰 재수출해도 환차익을 크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류수입상인 D사와 K사는 최근 영국 이탈리아산 의류들을 일본지역에 다시 수출해 상당한 환차익을 봤다.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일부 수입상들은 큰 폭의 손해를 감수하고 재수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말 중국에서 플라스틱 완구를 수입했던 M통상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국내시장에서 판로 확보가 어려운데 쌓아두면 물건만 손상이 간다”며 “이익이 나면 좋고 손해를 다소 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처분하는 게 득”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수출 수입품들이 수입통관 당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경우 관세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어 재고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는 수입상들로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재수출을 통해 수입재고품을 처분한 수입상들과는 달리 물품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채 외상으로 수입한 사람들은 해외 수출상으로부터 대금결제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지역 최대 보세창고인 국보청학보세장치장에는 2∼3개월 전에 수입한 소비재들이 창고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수입상들이 물건을 통관해 봤자 내수시장에서 판매할 자신도 없을 뿐만 아니라 통관때 부과되는 관세(보통 10%)를 지불할 능력도 없기 때문.

한 보세창고 관계자는 “일부 수입상들이 해외 재판매를 물색하고 있지만 판매처를 찾지 못해 난처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또 국내 수입상에게 물건을 판매한 일부 해외 수출상들은 수입상이 해상운임을 보전하는 조건으로 물건을 되찾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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