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계 『한국위기 해소, 美서 나서라』

  • 입력 1997년 12월 24일 19시 41분


『방법은 하나 뿐. 미국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국제경제기구들의 노력과 협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상황이 점차 벼랑 끝으로 다가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융 전문가들은 23일 일제히 『미국의 지원확대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정부가 움직여야 월가가 움직이고 일본과 모든 국제기구들도 움직여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금융관계자는 『이제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이제는 미국이 제2선에서 지원키로 한 50억달러를 조기에 지원하든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확고한 언질을 주든지 해야만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미(駐美)한국대사관의 자문을 맡고 있는 한 법률회사 관계자는 『94년말 멕시코 외환위기 때 클린턴대통령이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력한 구제 의사를 표명한 것이 위기극복의 발판이 됐다』며 『클린턴은 물론 루빈재무장관 선에서라도 투자가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보다 강한 언질이 나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미(韓美) 양국정부간 「채널의 단절」 현상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클린턴의 관계는 이미 정상간 채널로서의 효력을 잃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와 클린턴, 임창열(林昌烈)부총리와 루빈재무장관과의 관계는 채 설정되지 않았거나 깊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원활한 「한미간 협조」 에 기대하기보다는 우선은 미국이 급한 불을 꺼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김당선자가 미국에 온다고 해도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가지고 오지 않는 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설명하고 『따라서 당장에 그 「공백」을 미국이 메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이 나서면 일본도 나서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움직이기도 쉽지만은 않다. 클린턴도 강조했지만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구제노력이 진행된 뒤 개입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의회와 언론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정부의 한 관계자는 『달러의 부족이 아니라 한국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위기수습을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인식이 투자가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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