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금융 폐쇄 재계반응]자금조달 비상…구조조정 가속도

  • 입력 1997년 12월 1일 08시 11분


국제통화기금(IMF)이 종금사 폐쇄 등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초강수를 두면서 재계는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을 앞당기고 그 강도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당장 부실기업의 도산이 가속화하고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리는 등 즉각적인 여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재벌의 구조조정 가속화〓재계는 종금사의 정리로 인한 단기금융시장의 마비로 자금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내년도 자금조달과 투자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IMF와 정부가 금융산업에 이어 재벌에 손을 댈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어 자금악화와 맞물려 구조조정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과잉공급 상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등은 가장 먼저 기업 인수합병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기업화한 기아자동차의 향후 진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기업의 대규모 신규투자도 제동이 걸릴 것이 확실시된다. 현대의 고로제철소, 삼성의 자동차, 동부의 반도체 등 수조원 단위의 신규 후속투자나 기업의 해외투자는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삼성이 투자규모를 크게 줄인 것이나 아남그룹이 반도체 공장 증설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이같은 가능성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건설업계와 유통업계도 각각 대규모 시설공사의 발주 축소와 내수위축 등으로 최대 불황을 맞게 될 전망이다. 한편 재계의 구조조정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30대그룹 기획조정실장은 3일 전경련회관에서 회의를 갖고 재계의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그룹들도 재벌총수와 기조실 임원 등을 이사로 간주, 경영투명성 확보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IMF가 시정을 촉구한 △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 △내부자거래관행 △기업회계장부의 불투명성 등에 대해서도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재계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견기업 부실기업의 도산 가속화〓종금사들이 내년 1월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금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종금사 대출비중이 높은 중견기업들의 대거 도산이 우려된다. 실제 최근 도산한 수산그룹 태일정밀 핵심텔레텍 등의 중견기업이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종금사의 자금회수로 무너진 것처럼 재계순위 1백위권 이내의 중견기업들은 최악의 자금회수에 시달릴 전망이다. 또 해태그룹의 경우 종금사들의 협조융자 실시방침에 따라 화의까지 철회했으나 협조융자가 제대로 실시될지가 의문이며 향후 종금사들의 추가적인 협조융자는 꿈도 꾸기 어려워졌다. 한편 계열 종금사가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 쌍용그룹도 이번 종금사 정리방침에 따라 자금조달에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되면서 그룹 향방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강문수(姜文秀)금융팀장은 『일부 금융기관의 폐쇄는 필연적으로 부실기업의 정리를 앞당긴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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