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노동계, 정리해고 조기도입 논란

  • 입력 1997년 8월 1일 19시 51분


재계는 한보 진로 기아 등 재벌그룹의 연쇄부도를 계기로 올해초 노동법 개정때 도입이 유예됐던 정리해고제를 조기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펴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 인수합병(M&A)때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편을 추진, 재계와 호흡을 같이 하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정리해고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겠다며 반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일 가진 회장단 회의에서 정리해고의 조기실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99년 이후로 유예돼 있는 정리해고제를 탄력적으로 조기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측도 『정리해고제 논란이 자칫 노사간의 불필요한 소모전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나 재계 전체가 이 제도의 조기 도입 필요성을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재계의 공세는 기아그룹을 비롯, 경영난에 처한 진로 대농 등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인원정리 등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노조측의 반대로 자구노력을 적극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 부도위기에 몰린 모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업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한계사업정리와 함께 인원감축이 필수적이지만 현행법상 정리해고가 불가능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이 한계상황에 도달했을 때는 정리해고제를 제한적으로라도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그렇지 않아도 기업도산 등으로 고용불안에 처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더욱 위협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崔大烈(최대열)홍보국장은 『재벌들이 기아사태 등을 호기로 이용해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며 『정리해고 조기도입이 추진될 경우 정리해고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는 운동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정경제원은 기업 M&A 때에는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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