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강수」배경]『앉아서 죽느니 싸우겠다』

  • 입력 1997년 7월 31일 20시 57분


30일 채권은행단회의에서 자구계획서를 거부당한 기아가 31일 아시아자동차 매각과 경영권포기각서 제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데 따라 앞으로 채권은행단과의 격렬한 마찰이 예상된다. 기아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채권은행단에 정면으로 맞선 것은 「앉아서 죽느니 차라리 싸우다가 죽겠다」는 내부 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채권은행단이 △金善弘(김선홍)회장 등 경영진 퇴진 △아시아자동차 분리매각 등까지 요구하며 자구계획서를 거부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두가지 사안에서 채권은행단에 밀릴 경우 곧장 그룹이 공중분해될 것으로 판단한 때문. 사실상 오너역할을 해온 김회장이 퇴임할 경우 그룹의 구심점이 한순간에 상실돼 경영권이 삼성 등 특정재벌에 넘어갈 것으로 기아는 우려한다. 그래서 기아는 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종업원 신임투표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삼자인수 위기에 앞서 종업원의 신임을 배경으로 김회장이 채권단에 대해서는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노조에 대해서는 감원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되기 때문. 또 아시아자동차 분리 매각은 기아자동차를 승용차만을 생산하는 승용차전문업체로 전락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자동차는 현재 해외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프라이드와 1.4∼5t상용차를 위탁생산중이다. 한때 채권금융단의 요구를 수용할 뜻을 비추다가 이같은 우려감에서 강경책을 들고나온 기아가 앞으로 택할 수 있는 방안은 △국민여론을 동원, 채권은행단에 맞서는 방안 △노동조합과 연대한 제삼자인수 반대 운동 등이 예상된다. 「발등의 뜨거운 불」인 부도처리에 관해 기아는 「채권은행단이 곧장 부도처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아 부도로 전남 광주지역 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것을 당국이나 은행들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란 예상과 「기아에 왜 자구기회를 주지 않느냐」는 국민여론이 나올 것이란 게 낙관론의 근거다. 〈이영이·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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