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영수회담 왜 했나]「경제」가면쓴 3金의「정치쇼」

  • 입력 1997년 5월 7일 20시 01분


「경제영수회담」의 합의에 따라 지난달 10일 사회 각계를 두루 포괄하는 「경제대책회의」가 발족됐을 때만 해도 국민의 기대는 매우 컸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노동관계법파동 한보사태 등으로 바닥을 헤매는 와중에서 모처럼 여야가 합심해서 「경제살리기」를 위해 발족시킨 기구인 만큼 경제대책회의가 고용불안 임금 저축증대 금융실명제보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숨통을 틔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기대로만 끝날 전망이다. 전경련 민주노총 등 회의 참석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책회의가 얼마나 유명무실하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다. 한 대책회의 인사는 『3김(金)씨의 합의에 따라 대책회의가 구성됐지만 그 이후 활동양상을 보면 이런 회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경제가 어렵다는 공감대를 넓힌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의제마저 사회적 타협과 절충이 필요한 분야를 애써 회피하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의 총괄적 의제를 주로 선택, 대책회의가 「속빈 강정」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있다. 물론 대책회의를 주관하고 있는 신한국당측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의제별로 비상임 멤버인 정부측의 보고와 각계 대표의 토론을 거쳐 주요 사항에 대해 의결했으며 정부 민간 정치권이 분야별로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전혀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며 예를 든 것은 대책회의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용대출과 대기업의 현금결제를 확대하도록 관련단체에 통보한 것이 고작이다. 어쨌든 대책회의가 이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출범과정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여야 영수들이 갑자기 경제회담을 열어 「경제살리기」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건국이래 최대 권력형 비리라는 한보사태로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정치권의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3김씨가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는 지적이다. 활동기한을 연말로 정한 것도 대책회의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예상을 하게 한다. 여야 각 당이 대선정국에 접어드는 가을부터는 사실상 대책회의를 가동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원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