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96재계]삼성-현대 「투톱」수난시대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許承虎기자」 96년 재계는 노동계와 더불어 「총파업 태풍」의 심한 몸살을 겪으며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올봄경쟁력강화를내걸고시작된 노동법 개정논의는 사용자 노동자 공익위원 등 3자 논의에도 불구,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국 정부가 개정안을 내놓고 여당이 날치기통과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한 해의 말미에서 시작된 노동법 개정철회 요구 총파업은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아직은 속단하기 힘든 양상이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각 그룹의 총수교체가 활발했던 한 해였다. 1월3일 鄭夢九(정몽구)현대그룹회장이 숙부 鄭世永(정세영)전회장에게서 한국 재계의 대표주자 「현대호(號)」의 지휘봉을 넘겨받았고, 李雄烈(이웅렬)코오롱 鄭譜根(정보근)한보 朴定求(박정구)금호 朴容旿(박용오)두산 鄭夢元(정몽원)한라그룹회장 등도 각각 그룹총수로 등극했다. 한국의 재계를 크게 구획하면 삼성과 현대의 「투톱」, LG 대우 등 「추격자」, 그리고 선경 쌍용 한화 한진 기아 코오롱 등 「고원그룹」으로 대별된다. 이 중 성층권의 두 재벌에겐 올해가 유난히 고통스러웠던 1년이었다. 작년 반도체경기호조로 태평성대를 누렸던 삼성은 반도체경기가 꺼꾸러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의 부진은 국가전체의 수출에도 1백50억달러이상 차질을 빚었다. 현대는 올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일관제철사업진출이 좌절되면서 「MK(몽구)체제」의 이미지에까지 손상을 입게 됐다. 정부출연연구소마저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진입허용」을 주장했지만 통상산업부의 불허입장은 완강했다. 현대는 내년 사업계획에 제철사업을 명기하는 등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반면 LG와 대우엔 행운이 따랐다. LG는 삼성―현대의 공룡 컨소시엄을 꺾고 21세기의 재계판도를 다시 짜게 만든다는 개인이동통신(PCS)사업권을 따냈다. 대우는 지난 수년간 추진하던 「세계경영」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세계경영은 대우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것은 물론 삼성이 본뜨기에 나설 정도였다. 30대 그룹에서 가장 쓴맛을 많이 본 곳은 역시 두산. 맥주시장에서 30여년간 지켜온 1위아성이 조선맥주의 하이트에 무너지면서 추락하고 말았다. 여기다 지방 소주회사들이 두산의 장부열람을 청구하는 등 OB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우성 라이프건설 서주 삼익 등의 부도와 건영의 법정관리는 불경기로 휘청이는 우리 경제를 다시 한번 강타했고 한보의 유원인수, 한일의 우성인수 등도 재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한화그룹이 소주주의 반란으로 하루아침에 대주주자리를 빼앗긴 「한화종금 사건」의 충격이 가장 컸다.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으로 그룹총수들이 줄줄이 검찰과 법원에 불려다닌 것도 올해였지만 「경제가 급하다」는 여론에 따라 다들 실형만은 모면했다. 재벌가 내의 재산권 분쟁도 눈길을 끌었다. 롯데그룹 辛格浩(신격호) 辛俊浩(신준호)형제의 땅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다 동생의 사과와 형의 수용으로 일단락됐고 동아그룹의 崔元碩(최원석)회장은 어머니로부터 피소되는 곤욕을 치렀다. 한화의 오랜 형제분쟁은 어머니의 중재로 막을 내렸다. 대우는 프랑스의 톰슨을, 삼성은 네덜란드의 포커를 각각 인수하려했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의 재벌정책과 관련해 계열사 채무보증제한, 총액출자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신재벌정책이 재계를 옥죄었고 재계의 거센 반발로 친족회사 개념도입은 무산됐다. 재계의 역공도 만만찮아 전경련은 올가을부터 『경제관련 위헌법령이 많다』며 대정부 정면포화를 퍼붓기 시작,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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