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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2부]<2>‘맥주 천국’ 독일 이끄는 브루 마스터

입력 2010-03-24 03:00업데이트 2010-04-0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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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교수들이 ‘맥주 장인’ 육성… 삿포로 - 하이네켄도 배워가
거품 측정 실습 브루 마스터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이 맥주의 거품 정도를 측정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독일 뮌헨공대와 베를린공대에 개설된 브루 마스터 과정은 5년, 직업 전문학교 성격인 도멘스 아카데미와 울름 마이스터 슐레에서는 2년, VLB에서는 6개월 과정을 이수하면 브루 마스터 자격을 딸 수 있다. 교육 과정이 엄격해 탈락률이 40∼50%에 이른다. 사진 제공 VLB거품 측정 실습 브루 마스터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이 맥주의 거품 정도를 측정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독일 뮌헨공대와 베를린공대에 개설된 브루 마스터 과정은 5년, 직업 전문학교 성격인 도멘스 아카데미와 울름 마이스터 슐레에서는 2년, VLB에서는 6개월 과정을 이수하면 브루 마스터 자격을 딸 수 있다. 교육 과정이 엄격해 탈락률이 40∼50%에 이른다. 사진 제공 VLB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맥주를 하루에 한 종류씩 마셔 보려면 16년이 걸린다는 ‘맥주 천국’ 독일. 이곳의 양조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1300여 개의 양조장에서 6000여 종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어 팔고 있다. 각각이 규모는 작지만 버드와이저(미국), 스노(중국), 코로나(멕시코), 하이네켄(네덜란드), 아사히(일본), 산미겔(필리핀) 같은 초대형 맥주 브랜드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세계적으로 독일 맥주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데 ‘맥주=독일’이라는 공식은 깨지지 않는다. 오히려 독일 내에선 갈수록 자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해답을 독일의 한 맥주 관련 강의실에서 엿볼 수 있었다.》
탄탄한 내수… 1300개 양조장서 6000종 만들어
본고장의 맛… 양조기술 과학화 통해 ‘원형’ 유지
축제 마케팅… 옥토버페스트 세계적 축제로 키워

○ ‘맥주 장인’의 요람

1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시내 13번가에 있는 한 건물의 강의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지만 43명 학생 전원이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첫 시간 귀도 오퍼 교수의 강의 제목은 ‘화학적 기술적 분석’.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麥芽·겉보리에 수분 온도 산소 등을 가해 발아시킨 낟알)와 물의 밀도, 당도, 산성도 등을 정밀하게 측정 분석하는 이론 교육이다. 한국 미국 이탈리아 중국 일본 스페인 브라질 태국 등 15개국에서 온 학생들의 눈빛이 진지하다. 이 강의는 베를린 지역 맥주 양조인들과 베를린공대 교수들이 만든 맥주 전문 연구교육 기관 VLB(Versuchs und Lehranstalt f¨ur Brauerei in Berlin)의 6개월짜리 ‘브루 마스터(맥주 양조 장인)’ 인증 과정이다.

VLB는 지금으로부터 127년 전인 1883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독일 맥주는 우리나라의 막걸리처럼 집안에서 대대로 이어져 오는 ‘비법’을 통해 생산되고 있었다. 맥주를 만드는 방법은 도제식으로 전수됐으며 독일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최고’라는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맥주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VLB의 요제프 폰타인 교수는 “도제식으로 전수된 기술과 장인정신으로 ‘가업(家業)’은 할 수 있지만 ‘산업’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래서 양조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VLB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 양조기술을 세계로 수출



VLB는 2005년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맥주 양조 기술을 교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이트맥주(한국), 삿포로(일본), 마우이(스페인), 칭다오(중국) 등 각 나라의 유명한 맥주 회사에서도 직원들을 보내고 있다.

6개월 과정의 수강료는 1인당 1만2000유로(약 1800만 원). 현재 수강생인 하이트맥주 이택인 대리는 “독일에서는 맥주 제조 기술의 원형을 배울 수 있다”며 “모든 ‘응용’이 결국 ‘원형’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다들 맥주 제조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에 유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트맥주의 ‘맥스’도 독일 유학파 브루 마스터가 개발에 참여했다.

이렇게 매년 80∼90명 배출되는 ‘외국인 브루 마스터’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자국의 맥주회사로 돌아가 연구개발(R&D) 전문가로 활약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소규모 양조장(마이크로 브루어리)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모두 독일 맥주 전도사가 된다. 독일에서 교육받은 이들은 맥주 양조시설도 독일 제품을 수입해 쓴다. 맥주 품평이나 경영컨설팅 등도 독일에 의존하게 된다.

폰타인 교수는 “단순히 맥주 수출을 통한 1차원적 세계화가 아니라 ‘교육-설비 수입-컨설팅’ 등이 선(善)순환 구조를 이루는 ‘입체적 세계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독일 맥주의 세계화에는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도 큰 역할을 한다. 전 세계에서 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머릿속에 ‘맥주 독일’을 아로새기고 돌아간다.

○ “맥주논문 70% 이상 독일서 발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VLB를 제외하고 독일의 브루 마스터 자격은 4곳에서 취득할 수 있다. 먼저 정규 대학 교육과정인 뮌헨공대와 베를린공대에서 가능하다. 9학기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우리나라의 석사에 준하는 학위를 받게 된다. 독일 내에서도 최고의 브루 마스터로 인정받아 채용이 보장되고 급여 수준도 높아진다. 하지만 철저한 교육과정 때문에 전체 입학생 가운데 50∼60%만 졸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업 전문학교 성격으로 뮌헨 지역에 있는 ‘도멘스 아카데미’와 울름 지역에 있는 ‘마이스터 슐레’에서도 브루 마스터 자격을 주는 1년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곳에서는 최소 2년 이상의 맥주 양조 실무 경험을 쌓아야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독일 맥주에 대한 브루 마스터들의 자부심은 끝이 없다. 폰타인 교수는 “전국에 세포처럼 뻗어 있는 마이크로 브루어리를 통한 탄탄한 내수 시장 구축, 맥주 순수령(맥주는 보리 홉 물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 등을 통해 맥주의 원형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철저한 교육,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축제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맥주하면 독일 떠올리듯… 막걸리도 그정도 돼야”

■ 맥주 달인들이 말하는 막걸리 세계화
“유행에 휘둘리지 말고 내수기반 강화를”


‘맥주 장인’인 브루 마스터들은 막걸리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 “유행에 휘둘리지 말고 내수시장을 튼튼히 하는 데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국민이 맥주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막걸리도 그 정도가 돼야 세계에서도 통할 것이란 얘기도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서북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서 120년 역사의 양조장 겸 레스토랑인 ‘크로넨 호프’를 운영하는 브루 마스터 사샤 라이펜부르크 씨는 “독일 전역에는 이 같은 크고 작은 양조장 1300여 곳이 퍼져 있다”면서 “이들이 ‘독일양조자협회’를 구성해 맥주 축제를 기획하는 등 내수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독일 재무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맥주를 빠른 속도로 ‘원샷’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 준 것을 예로 들며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맥주 사랑’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도 내수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VLB 교수이자 브루 마스터인 요제프 폰타인 씨는 “한국의 막걸리는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느냐”고 질문한 뒤 “독일 맥주가 소시지나 학센(돼지 족발을 이용한 독일 전통 요리) 같은 음식과 뗄 수 없는 것처럼 막걸리도 한국 음식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폰타인 씨는 “독일은 1516년 제정된 맥주 순수령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며 “원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뮌헨공대의 5년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브루 마스터 자격을 딴 뒤 한국으로 돌아온 송훈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당초 하우스맥주를 해당 매장 내에서만 소비할 수 있었는데 2008년부터 규제가 풀려 다른 곳에 팔 수 있게 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며 “막걸리도 성장을 막고 있는 규제를 찾아내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
베를린·프랑크푸르트=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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