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민주주의 전환… 한국 바꿔놓은 가장 큰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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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에서 고래로’ 펴낸 파르도 교수
1948∼2023년 韓 주요 사건 조명
“평등-다양성 수용하며 北과 다른 길
韓문화, 외국과 적절한 조화로 인기”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
“한국을 바꿔놓은 가장 큰 사건은 한강의 기적과 뒤따라온 민주주의로의 전환입니다.”

이달 신간 ‘새우에서 고래로’(열린책들·사진)를 펴낸 한국학 전문가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 교수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2017년부터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에서 한국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 석좌’를 겸임하고 있다. 신간은 1948년부터 2023년까지 벌어진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살피며 국제무대에서 ‘새우’에서 ‘고래’로 성장한 한국을 조명한다. 6·25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급속한 경제, 사회, 문화 성장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기까지의 과정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했다.

그는 “그것(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 전환)이 없었다면 한국은 오늘날처럼 기술적 발전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가진 나라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로 남아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길게는 200년 동안 이룩한 성과를 20, 30년 만에 이룩한 한국 사회의 명암 모두를 조명한다. 그는 “한국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 특유의 기질 덕분”이라며 “한국은 지리적 위치의 불안함과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성장을) 포기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르도 교수는 경제 성장 후 한국에 ‘시민 민족주의’의 물결이 퍼지면서 북한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유교 기반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평등함과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키워 갔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 민족주의란 누군가가 사회와 국가에 기여한다면 인종, 지역, 국적에 상관없이 그 사람을 평등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념”이라며 “많은 한국인들은 나라를 나아지게 하려는 사람을 그 나라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한국에 유학을 오면서 한국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모국인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20세기 후반 내전을 겪었지만,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단숨에 경제 성장을 이뤄낸 나라. 그는 “스페인과 한국은 매우 다이내믹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다”며 “먹고 마시기, 노래 부르기 등 여가를 보내는 방식도 비슷해 한국이 편안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는 비결은 한국과 외국의 적절한 ‘조화’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시아 문화는 일본 문화였는데, 이는 그저 ‘이국적’으로만 느껴졌다”며 “한국 아티스트들은 뿌리를 가진 것과 외국에서 배운 것을 결합하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빈부격차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 ‘기생충’이 차별화되는 점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라며 “한국인들은 자국의 문화적 성취에 자부심을 가질 법하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새우에서 고래로#파르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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