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자책 유출 보상, 작가들은 배제… 정보공유 안해 내 작품 피해 여부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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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모임 “알라딘, 작가에 직접 배상해야”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해킹된 전자책 5000여 권엔 베스트셀러가 다수 포함됐다. 왼쪽부터 해킹 피해를 본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파친코’ ‘내 심장을 쏴라’ 표지. 각 출판사 제공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해킹된 전자책 5000여 권엔 베스트셀러가 다수 포함됐다. 왼쪽부터 해킹 피해를 본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파친코’ ‘내 심장을 쏴라’ 표지. 각 출판사 제공
“혹시 제 작품이 유출됐는지 확인해 줄 수 있나요? 전 제가 낸 작품의 전자책(e북)이 유출됐는지 아닌지조차 모릅니다. 확인할 방법이 있다면 제게 좀 알려주시겠어요?” 중견 작가 A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5월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e북 72만 권이 해킹돼 그중 5000여 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암암리에 퍼졌지만, 1년 가까이 자신의 책 유출 여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A 씨는 “내 책이 유출됐는지,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최근 출판계에선 알라딘 e북 유출 사건에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작가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판사들이 알라딘과 보상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e북의 저작권을 지닌 작가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알라딘 e북 해킹 사건은 지난해 5월 한 고교생에게 알라딘 시스템이 해킹당해 전자책 72만 권이 유출된 일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출판인회의는 피해를 본 출판사 중 140개 출판사를 대리해 알라딘과 해결 방안에 합의했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위로금은 종당 1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도 한국출판인회의와 별도로 약 300개 출판사를 대리해 알라딘과 보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들은 협의 과정에서 저작권자인 자신들이 배제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알라딘 전자책 유출사태 해결을 위한 저작권자 모임’은 지난달 11일 성명을 통해 “출판사들이 작가들에게 직접 유출 현황을 공유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작가가 자신의 책이 유포됐는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작가들이 개별적으로 출판사에 문의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책이 유출됐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알라딘, 한국출판인회의, 출협에 각각 항의 공문을 보냈다. 이 단체를 대표하는 안명희 작가는 “알라딘은 피해 출판사에 대한 개별 위로금 지급과는 별개로 피해 작가에 대해 직접 배상해야 한다. 작가단체와 직접 협상해 사과하고 그 해결을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현업에 있는 작가들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B 작가는 “종이책 판매량도 정확히 집계하지 못하는 출판계에서 e북 사건에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작가, 문인 단체가 힘이 없는 현 상황이 문제를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8년 문학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벌어지면서 이른바 문단이 해체됐고, 작가들이 중지를 모을 구심점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C 작가는 “출협 등 출판계 단체는 모두 출판사 대표들의 모임이다. 과거 문단이 있던 때와 달리 문단이 줄어들면서 작가들이 문제를 공론화하기가 쉽지 않아졌다”고 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e북 유출 사건은 전례 없는 일이다. 사건 해결과 보상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저작권자 모임#알라딘#작가#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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