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외삼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가 그랬습니다. 유쾌한 멋쟁이로 어릴 적 기억에 남았던 그가 두고 간 집을 정리할 때 쏟아져 나오던 온갖 잡동사니들. 낡은 낚시 모자, 지포 라이터, 짝이 맞지 않는 그릇더미, 베란다에 쓸쓸히 놓인 화분들은 온 가족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죠.
중국의 주목 받는 현대미술가 장언리(59·Zhang Enli)의 빈 양동이 시리즈를 보면 저는 그것을 스쳐 간 사람들의 외로움과 절망, 꿈과 희망이 떠오릅니다. 최근 하우저 앤 워스 홍콩 갤러리에서 개인전 ‘얼굴들’을 통해 신작을 공개한 그의 작품 세계를 오늘 독자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1993년에 그린 ‘쇠고기 두 근(Two Jin of Beef)’처럼 거칠고 적나라한 표현이 두드러집니다. 쇠처럼 굳은 얼굴을 한 푸주한의 앞에 놓인 고깃덩어리와 그의 팔이 마치 같은 고기인 듯 비슷한 질감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그의 어깨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고요. 이 무렵 작가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던 도시 상하이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을 이렇게 말하고 있죠.
실제로 전시장 속 작품은 추상화처럼 형태가 없지만 제목은 구체적입니다. ‘멀리서 온 손님’, ‘미술관장’, ‘멜론 농부’ 등의 제목이죠. 그리고 이들 작품을 모은 전시의 제목은 ‘얼굴들’. 마치 얼굴 없는 표정만을 통해 어떤 사람에 대한 감각을 드러내려는 듯합니다. 장엔리가 어느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의 뒷모습도 초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