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망했습니다’…학폭 전문 변호사가 폭로하는 교육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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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으로 유명한 박상수 변호사(45·변호사시험 2회)가 5일 저서 ‘학교는 망했습니다’(맑은샘·사진)를 출간했다. 2017년부터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의 법률 자문을 맡아온 박 변호사는 신간을 통해 ‘비현실적 제도에 의한 교실 붕괴 현상’을 적나라하게 진단한다.

책에서 박 변호사는 2012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의무화되면서 무의미한 법적 분쟁으로 얼룩져버린 교육 현장의 실태를 가감 없이 폭로한다. ‘아동 인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이상론에 매달려 사소한 훈육과 말 한마디로 직장을 잃고, 피말리는 송사에 시달리게 된 교사들의 현실도 고스란히 담았다. 또한 교사의 훈육과 지도행위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등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스며들었고, 지금은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원인과 실태를 면밀하게 분석해 대안을 제시한다.

2023년은 대한민국의 학교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한 해였다. 5월 중순 국내 유일의 학교폭력 피해자 전용 기숙학교인 해맑음 센터가 폐쇄됐다. 이후 서울 서이초와 대전 용산초에서 선생님들이 차례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회가 요동쳤다. 전국 교사 55만 명 중 35만 명이 서울 여의도에 집결해 집회시위를 이어가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교권보호 4법과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미 학교 현장은 학폭 피해자들 뿐 아니라 교사들까지 온갖 법적분쟁에 휘말리는 갈등의 집합체로 전락한 상태란 평가가 나온다.

책은 △학교는 왜 무너지고 있는가? △아동복지법 정서적 학대 처벌 조항은 위헌적인가? △아동복지법과 학교폭력예방법이 만든 교실의 실상 △2024년 이후 변하는 법들, 그리고 명백한 한계 △더 이상의 학교 붕괴를 막고자 한다면 △에필로그 등 총 6장으로 구성됐다. 각 챕터마다 생생한 사례가 담겼다.

박 변호사는 “무관심하고 게으른 정치인들과 이상론적 소리만 떠드는 학자들,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법조인들과 선정적인 보도를 찾아다닌 언론, 그리고 이 모든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국민 모두에게 학교 붕괴의 책임이 있다”며 “한번 망치기는 쉬워도 이를 되살리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며, 교육 현장을 되살리기까지 길고 지루한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를 개정해 아동을 학대할 목적이 없는 훈육행위나 생활지도행위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 다음에는 학교폭력 제도를 개선해 경미한 수준의 학교폭력은 교육적 차원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는 망했습니다’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콘서트는 9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라이브 플라자에서 열린다. 저자인 박 변호사가 연사로 나서 김경율 회계사와 함께 자유롭게 대담을 나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회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등이 축사에 나선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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