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만에 실사로 돌아온 ‘인어공주’, 흑인 캐스팅 논란 딛고 흥행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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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보다 이틀 앞서 내일 국내 개봉
레게 스타일 머리 ‘블랙워싱’ 비판속
“베일리의 목소리 완벽” 공개 지지도
물속 움직임 CG로 실감나게 표현

원작처럼 왕자 구해주는 인어공주 에리얼이 조난 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워킹)를 구출해 모래사장에 
눕히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원작처럼 왕자 구해주는 인어공주 에리얼이 조난 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워킹)를 구출해 모래사장에 눕히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흑인 캐스팅 논란을 낳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년)의 실사판 영화가 북미(현지 시간 26일)보다 앞서 24일 국내 개봉한다. 34년 만에 실사로 돌아오는 ‘인어공주’는 주인공 에리얼 역에 흑인 가수이자 배우인 핼리 베일리가 발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쟁이 불붙었다. 논란을 딛고 실사 인어공주가 흥행할지 관심이 높다.

● 레게 머리 한 흑인 인어공주

탐스러운 빨간 머리카락에 백옥 같은 피부와 크고 파란 눈. 지금껏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인어공주 에리얼을 기대했다면 이번 에리얼은 조금 낯설지 모른다. 긴 머리카락은 레게 스타일로 땋았고, 피부와 눈동자가 짙은 갈색인 흑인 인어공주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베일리가 에리얼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30년 넘게 사랑받았던 에리얼의 이미지가 있는데 디즈니가 무리한 캐스팅으로 원작을 망쳤다는 불만과, ‘블랙워싱(blackwashing)’ 및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했다는 비판이 컸다. 블랙워싱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무조건 흑인을 캐스팅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말이다. 온라인에서는 #Not My Ariel(내 에리얼이 아니야)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인어공주’에서 에리얼(핼리 베일리)이 
바닷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인어공주’에서 에리얼(핼리 베일리)이 바닷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반면 에리얼에게 중요한 것은 목소리이지 외모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원작에서 에리얼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 조디 벤슨은 “에리얼에 대한 베일리의 해석은 정말 아름답다. 완벽한 캐스팅이다”라며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영화 개봉 전 유튜브에 먼저 공개된 OST ‘Part of the world’에는 “베일리의 노래 실력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영화에선 소녀같이 통통 튀면서도 힘 있는 베일리의 음색이 호기심 많고 강단 있는 에리얼 캐릭터와 잘 어우러진다.

연출을 맡은 롭 마셜 감독은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에 “에리얼을 찾기 위해 세계에서 수백 명을 만났는데 결국 가장 처음 오디션을 봤던 베일리를 능가했던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실사판에는 흑인뿐 아니라 아시안 인어도 등장해 인종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 실감 나는 물속 인어공주 움직임
한편으로는 실사화된 바닷속 캐릭터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돼 인어공주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에리얼의 단짝 친구인 귀여운 꼬마 물고기 플라운더를 보고 일각에서는 “횟감 물고기 같다”는 혹평도 나왔다.

영화 자체는 인간 세상을 동경하던 에리얼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워킹)를 구해 주며 그와 사랑에 빠지고, 우르술라(멀리사 매카시)의 계략에 빠져 목소리를 잃을 뻔했다가 인간이 된다는 원작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재현했다.

바다 안으로 강한 빛이 들어오는 일부 장면은 세트장을 보는 것처럼 어색해 아쉽다. 하지만 물결에 따라 움직이는 머리카락, 인어 꼬리는 실감 나게 표현했다. 물속 움직임은 컴퓨터그래픽(CG) 작업 중에도 최고 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셜 감독은 “영화의 배경 절반 이상이 물속이기 때문에 촬영 설계 단계부터 매우 힘들었다”며 “구상과 작업에 5년 이상 걸렸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주제곡으로 유명한 ‘언더 더 시(Under the sea)’를 포함해 익숙한 곡들을 영화에서 듣는 재미도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인어공주#베일리#흑인 캐스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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