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여왕 3부작’ 완주… “본질에 충실해야 진정한 대중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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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라 오페라단 이강호 예술감독
“인기 작품만 반복 공연 안타까워
국내 오페라 시장 제대로 만들것”

민간 오페라단인 라벨라 오페라단이 도니체티 ‘여왕 3부작’을 마침내 완주한다. ‘여왕 3부작’ 마지막 편인 도니체티 ‘로베르토 데브뢰’가 제14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으로 26∼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라벨라 오페라단은 3부작 중 ‘안나 볼레나’를 2015년,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2019년 국내 초연했다.

영국 튜더 왕조의 역사를 그린 ‘여왕 3부작’은 소프라노 주역에게 초고난도 기교를 요구하는 등 공연 조건이 까다로워 도니체티의 작품 중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레퍼토리로 꼽힌다. 8년 전 라벨라 오페라단이 이 도전을 시작할 때도 여러 음악인과 오페라 팬들은 반신반의했다.

3부작 완주를 앞둔 이강호 라벨라 오페라단 예술감독(사진)은 “도니체티 시대의 이른바 ‘벨칸토’(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가창’이라는 뜻) 오페라가 우리나라에서 팬이 많지 않아 더 많은 청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오페라는 몇몇 인기 작품을 반복해 공연하는 일이 많았죠. 예술적으로 중요하지만 우리 무대에 소개되지 않은 명작이 많습니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음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도니체티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고, 매우 어려우면서 찬란한 성악 테크닉이 요구되죠.”

이 감독은 “‘여왕 3부작’은 특히 주역 소프라노에게 큰 파워가 필요해 묻혀 있다가 20세기 중반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자주 공연이 이뤄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요즘 오페라가 대중화를 한다고 다른 장르와 연계하는 시도를 많이 하죠. 저는 본질에 더 충실한 예술을 하는 게 진정한 대중화라고 생각해요. 예술성을 높여서 오페라 마니아를 늘려가는 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이죠.”

‘로베르토 데브뢰’는 작품 발표 순으로도 ‘여왕 3부작’ 중 끝에 놓인다. 도니체티가 41세 때인 1837년 나폴리 산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번 공연의 여주인공 엘리자베타(엘리자베스 1세) 역으로는 소프라노 박연주와 이번 페스티벌 공동 오디션으로 선발한 소프라노 손가슬이 출연한다. 이 감독은 “박연주는 소리가 매우 드라마틱(극적)하고 손가슬은 감정 표현이 너무나 좋다. 두 사람이 소화하는 엘리자베타를 비교해서 감상하시면 더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타이틀 롤인 엘리자베타의 연인 로베르토 역에는 테너 이재식 김효종, 로베르토가 실제로 사랑하는 여인 사라 역에 메조소프라노 최찬양과 소프라노 오정희, 사라의 남편 노팅엄 공작 역에 바리톤 정승기 임희성이 출연한다.

이 단장은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주세페 니콜리니 국립음악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7년 라벨라 오페라단을 설립했다.

“한국 성악가들의 기량은 세계적입니다. 앞으로 10년 뒤면 전 세계 극장에서 한국 성악가 없이는 공연이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오페라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죠. 그걸 만들어내는 데 남은 온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오페라#여왕 3부작#라벨라 오페라단#이강호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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