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광석 찾을까…김광석 추모 노래부르기, ‘경연대회’로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8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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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6일 밤.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는 김광석(1964~1996)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타 치는 김광석의 흑백 사진 아래로 사회자 박학기씨가 향을 피우고 술 한 잔을 따라 옆에 놓았다.

그렇게 시작된 이 행사는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김광석 추모사업회 주관으로 2012년 시작된 추모 행사 ‘김광석 노래 부르기’를 확장시킨 대회다. 박 씨는 “김광석의 노래에 머물지 말고 또 다른 김광석이 나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연대회를 시작했다”고 했다. 기존 행사가 누구나 찾아와 김광석의 노래를 가창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면, 올해부터는 참가팀을 선정했다. 102팀 중에서 선발된 7팀이 이날 김광석의 노래 1곡과 미발표 창작곡 1곡을 선보였다.

생전 김광석이 섰던 무대에 오른 참가팀들은 “떨린다”면서도 의연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이들은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과 함께 각자의 창작곡을 불렀다. ‘페이지’(소보). ‘이 밤’(김지성), ‘꽃은 나무를 사랑했네’(권별), ‘무화과’(오창석). ‘소야곡’(유태). ‘자장가’(이주영), ‘그리운 시간’(THE2002) 등 창작곡은 대체로 나직했다. 기타나 피아노를 직접 치며 노래하는 광경에서 생전 김광석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의 나이는 21~34세. “아버지의 LP를 통해 김광석을 접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어느 세대에게도 호소력이 있는 김광석의 노래 덕일까. 관객들도 남녀노소였다. 소극장 194석에 12세부터 71세까지 관객들이 어우러져 앉은 채 박수로 노래에 화답했다. 막간에는 김광석이 거쳐간 포크그룹 동물원이 ‘혜화동’ ‘변해가네’로 축하 무대를 꾸몄다. 유리상자 멤버 박승화 씨 또한 김광석의 노래 ‘사랑했지만’을 불렀다. 이들은 “역시 대학로 소극장만의 감성이 있다”며 과거를 추억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날 행사는 말 그대로 ‘잔치’였다. 참가자 사이에 1등이나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광석상은 모든 측면에서 잘했다는 평을 받은 ‘THE2002’에게 수여됐다. 그 외 다시 부르기 상 김지성, 작사상 권별, 작곡상 오창석, 편곡상 이주영, 연주상 소보, 가창상 유태 등 모두에게 상이 돌아갔다. 김광석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 원과 마틴 기타가 주어졌고, 나머지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 원과 파크우드 기타가 시상됐다.

심사위원은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작사가 김광희 씨, 가수 한동준·권진원·박승화 씨, ‘동물원’ 박기영 씨가 맡았다. 김 위원장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그의 노래를 통해 그 시절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 시대를 나의 눈으로 바라보고 세상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이 상들에 걸맞은 정신”이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 상이 앞으로 젊은 음악 창작인들의 등용문으로서 든든한 발판이 되길 바란다”며 “차차 창작곡으로만 이 행사를 진행하려 한다. 서툴러도 좋으니 더 실험적인 음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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