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춘향’ 만든 유병헌 감독 “사람 감정 건드리는 작품 만들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일 10시 49분


코멘트
유병헌 예술감독은 “좋은 무용수는 기본기가 충실하고 표현력이 훌륭하다. 나아가 무용수 자신과 발레단, 관객에 대한 책임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올해로 27회 맞이한 한국발레협회상 대상을 받은 유병헌 예술감독(60)은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최장수 예술감독이다. 중국 지린예술학교와 북경무용대학을 졸업한 후 중국 국립중앙발레단, 워싱턴 키로프 발레아카데미 등에서 유수의 무용수를 가르쳤다. UBC 예술감독으로 부임한건 2008년이다. 15년째 UBC의 안무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UBC의 연말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유 감독은 “화려한 안무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안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수상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고향 한국에서 활동한 25년의 세월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UBC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한·중 수교 전인 1989년. 모교인 베이징 무용대학에서 발레 교사로 일하던 중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맞았다. 학교가 무기한 휴교에 들어가면서 한국에 오게된 그는 3년가량 UBC 무용수로 무대에 섰다.

“그때만 해도 한국 발레 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졌어요.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은 당시 한국보다 발레 수준이 높았거든요. 근데 최근 20년간 한국 발레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죠. 지금은 세계 유명 발레단에 한국인 무용수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예요.”

‘발레 춘향’의 백미로 꼽히는 남성 군무 ‘장원급제’ 장면.
‘발레 춘향’의 백미로 꼽히는 남성 군무 ‘장원급제’ 장면.

그의 대표작은 2007년 초연된 UBC의 ‘발레 춘향’. 하지만 초연부터 ‘발레 춘향’의 완성도가 높았던 건 아니었다. “음악과 발레 동작이 따로 논다”는 이유였다. 그 후로 수년 간 ‘발레 춘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 헤맸다. 결국 악보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차이코프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을 발견했다.

“한국의 리듬인 굿거리장단과 세밀하게 닮은 음악이에요. 40년 넘게 연주조차 안 되고 있던 곡이라 악보도 없었죠. 이 곡을 ‘발레 춘향’에 접목시켜보니 차이코프스키가 춘향을 위해 작곡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좋은 곡이었어요.”

창작 발레를 향한 그의 열정은 지금도 뜨겁다.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된 그의 신작 ‘트리플 빌’은 한국, 중국, 러시아의 정서를 주제로 한 연작 발레로 호평을 받았다. 3월엔 ‘트리플 빌’ 공연에 일부 포함됐던 ‘코리안 이모션’을 1시간 분량으로 늘여 선보일 예정이다. ‘코리안 이모션’은 한국의 정(情)을 주제로 한 발레 작품이다.

“‘아름답다’ ‘멋있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공연을 본 후에 관객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게요.”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