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자연의 가치 조명한 무용극 ‘VITA’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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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된 무용극 ‘VITA’의 한 장면. 마포아트센터 제공
지난해 초연된 무용극 ‘VITA’의 한 장면. 마포아트센터 제공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 도시는 순식간에 위험한 공간이 됐다. 사람들은 감염병 바이러스를 피해 도시가 아닌 자연으로 눈을 돌리곤 했다. 숲과 바다에서 마스크를 벗고 숨을 들이쉴 때는 해방감을 느꼈다. 팬데믹으로 고통 받아온 사람들은 새삼 자연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팬데믹 이후 자연에서 오는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무용극이 있다.

라틴어로 삶, 생명을 의미하는 ‘VITA’가 그 주인공. 18인조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맞춰 와이즈발레단 소속 무용수 32명이 춤을 추는 이 무용극은 총 4장으로 이뤄졌다. 계절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심성을 다루는 ‘VITA’는 14, 15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공연된다. 지난해 한국춤비평가협회 베스트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무용가 주재만.
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무용가 주재만.

‘VITA’ 안무가는 재미무용가 주재만(50)이다. 단국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는 1995년 동아무용콩쿠르, 1996년 프랑스 바뇰레 국제무용축제에서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주로 뉴욕을 무대로 활동했다. 뉴욕 컴플렉션 발레단 전임안무가로 활동하는 그는 올 6월 미국 팬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 있는 포인트 파크대학 교수로 취임했다.

4일 뉴욕 현지에서 화상통화로 만난 그는 ‘VITA’에 대해 “팬데믹 기간 도심에서 떨어진 자연에서 생활했을 때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인간은 힘들 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자연은 그런 인간을 받아줍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어머니 같은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안무한 작품입니다.”

자연을 인간의 몸짓으로 형상화한 ‘VITA’의 공연 장면. 마포아트센터 제공
자연을 인간의 몸짓으로 형상화한 ‘VITA’의 공연 장면. 마포아트센터 제공

무용극은 봄, 여름 같은 생생한 계절 그리고 황폐한 인간과 자연에 대한 태도를 담았다. 극 초반에는 동토에서 움트는 새싹과 잎이 커지고 넝쿨이 올라가는 모습을 선보인다. 인간은 3장부터 등장한다. 인간의 슬픔과 아픔, 그에 조응하는 자연의 호흡을 표현한다. 특히 3장 ‘Hope in darkness’에선 지난해 초연 때 포함되지 않았던 남자무용수 솔로 안무와 여자무용수 군무를 추가했다.

“3장에선 인간미가 없어지고 순수성을 잃어버린 인간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담았어요. 이번 재연에서 초연에 충분히 담기지 않은 인간의 슬픔, 아픔, 고통을 부각하고 싶어서 장면 두 개와 노래 두 곡을 추가했습니다. 아픔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광활한 자연의 생생함을 표현한 ‘VITA’가 공연되는 모습
광활한 자연의 생생함을 표현한 ‘VITA’가 공연되는 모습

러닝타임 70분간 무대 위에선 32명의 무용수는 춤을 추고, 이탈리아 출신 음악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의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18인조 오케스트라는 비발디의 사계를 포함해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그는 “항상 비발디의 음악으로 작업하고 싶었다”며 “비발디 음악 중 사계 말고도 아름다운 음악이 많다는 것을 공연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30년 남짓 안무가로 활동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미니멀리즘과 자연으로 요약된다. 주로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시각적으로 단순한 무대에 무용수의 몸짓만으로 구현한다.

“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함입니다. 진실한 마음에서 나오는 순수한 몸짓을 계속 찾아내는 게 저의 일입니다.” 3만~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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