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가 이래’ 싶은 홍상수표 27번째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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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영화’ 21일 국내 개봉
2월 베를린영화제선 ‘은곰상’ 수상

영화 ‘소설가의 영화’에서 소설가 준희(이혜영·가운데)가 영화배우 길수(김민희·왼쪽)에게 자신이 만들 영화에 출연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전원사 제공
영화 ‘소설가의 영화’에서 소설가 준희(이혜영·가운데)가 영화배우 길수(김민희·왼쪽)에게 자신이 만들 영화에 출연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전원사 제공
“무슨 얘기가 그래?”

홍상수 감독의 신작 ‘소설가의 영화’는 영화 속 시인(기주봉)의 대사처럼 ‘무슨 얘기가 이런가’ 싶다.

소설가 준희(이혜영)는 연락이 끊긴 후배가 운영하는 책방을 찾아간다. 후배와 대화를 나누고 홀로 인근 전망대에 갔다가 영화감독 부부를 만난다. 공원으로 내려와서는 영화배우 길수(김민희)를 만나 길수 부부가 주연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출연을 설득한다. 준희와 길수는 함께 후배 책방으로 가고 노시인 등과 어우러져 막걸리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홍 감독 영화들이 그렇듯 ‘이야기 같은 이야기’는 없다. 소설가의 하루를 따라가고 그가 나누는 대화를 담아낼 뿐이다. 시인의 대사는 그의 작품들에 특별한 서사가 없는 것을 두고 “무슨 영화가 이러냐”고 비판하는 일각의 목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나는 그냥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만들되 단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란 준희의 대사는 홍 감독의 해명처럼 들린다. 준희가 말하는 “좋아하는 배우를 가장 편한 상태에 놓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온전히 기록하지만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것”은 그의 영화 스타일을 정의하는 말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연기는 대화 중간에 흐르는 침묵까지 현실감이 넘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영화로는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평온한 듯하다가 갑자기 직설적인 말을 쏟아내며 화를 내는 이혜영의 정색 연기는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홍 감독의 기존 영화들과 다를 게 없는 ‘자기복제작’이란 혹평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그만의 스타일로 또 한 번 섬세하게 변주한 작품이라는 호평도 예상된다. 영화는 올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홍 감독의 27번째 ‘섬세한 변주’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홍상수#소설가의 영화#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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