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호주의 中 견제, 이유는 지리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리의 힘2/팀 마샬 지음·김미선 옮김/472쪽·2만3000원·사이

최근 가장 가시 돋친 반중(反中) 서적 중 하나는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찰스스터트대 교수가 쓴 ‘중국의 조용한 침공’(세종서적)이었다. 이 책은 호주인들의 반중 정서가 폭발한 2016년 ‘중국발 스캔들’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호주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 정당과 대학, 언론 등에 돈을 뿌렸다. 중국의 목표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인 호주와 일본,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이라는 게 해밀턴 교수의 주장이다.

지리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신념을 가진 영국 언론인 팀 마샬의 이번 신간은 미중 경쟁 구도 속 지정학 갈등을 다루며 호주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150만 부가 팔린 전작 ‘지리의 힘’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국제정치 핵심 플레이어를 주로 다뤘다면 신간은 이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호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견국(middle power)을 중심에 놓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호주의 중국 견제를 지리 요인으로 풀고 있다. 하나의 섬이자 그 자체로 대륙인 호주는 유라시아 및 아메리카 대륙에서 뚝 떨어져 거대한 태평양과 인도양에 둘러싸여 있다. 외침을 당하기 힘든 천혜의 요새이지만, 모든 무역통로가 쏠려 있는 북쪽 해협이 막히면 고사를 당할 위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동남아를 휩쓴 뒤 파푸아뉴기니를 침공해 호주의 숨통을 조였다. 당시 광활한 대양을 넘어 일본과 싸워줄 구세주는 미국뿐이었다. 이로써 호주는 식민지 종주국 영국 대신 미국과의 동맹에 올인하게 된다.

문제는 과거 일본이 벌인 해상봉쇄를 중국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8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 데 이어 남태평양에 인공 섬을 만들고 군사기지를 세우고 있다.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호주가 미국과 함께 대중 견제에 나선 이유다. 전작의 원서제목(Prisoners of geography·지리의 포로들)이 시사하듯 지정학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면 지금 호주의 상황은 중국을 지척에 둔 우리와도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지리의 힘2#호주#중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