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대신 첼로 木소리로… 가곡 ‘시인의 사랑’ 노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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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첼리스트 박유신 데뷔앨범
내일 예술의전당서 앨범곡 공연

첼리스트 박유신(32)의 데뷔앨범(사진) 메인 곡은 첼로곡이 아니다.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전 16곡을 음반 첫머리에, 슈만 가곡 ‘헌정’을 끝에 수록하고 앨범 제목도 ‘시인의 사랑’으로 붙였다. 목소리 대신 ‘목(木)소리’로 표현한 가곡인 셈이다.

“어린 시절 미샤 마이스키가 연주하는 독일 가곡 앨범을 많이 들었고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저는 아예 가곡집 전체를 해보려 마음먹었죠.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가 부르는 ‘시인의 사랑’을 좋아했고, 그의 노래 같은 서정과 순수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슈만이 하이네 시에 곡을 붙인 ‘시인의 사랑’은 뚜렷한 줄거리 없이 사랑의 시작부터 파국과 망각까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쾰른 대성당과 하이델베르크의 옛 성 같은 독일의 랜드마크들이 등장한다. 박유신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슈만이 6년 동안 살며 활동했던 곳이다.

“독일어가 낯설지 않지만 마음으로 시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시는 가장 추상적인 문학 장르이기 때문이죠. 그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니 재미있어졌어요. 성악곡의 느낌을 첼로로 옮기기 위해 단어와 문장의 강세를 일일이 연구했죠. 시 화자(話者)의 마음이 조금씩 더 깊이 느껴졌어요.”

그는 음반 반주를 맡은 ‘슈만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원곡에서도 피아노가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역할이 커요. ‘이게 진짜 슈만이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어요. 울리히는 작곡가가 악보에 적은 지시를 해석하는 부분에도 여러 조언을 해주었죠.”

그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앨범에 실린 곡들과 같은 레퍼토리로 리사이틀을 연다. ‘시인의 사랑’과 슈만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민요풍 소품’, 브람스 첼로소나타 1번을 거쳐 슈만 ‘헌정’으로 끝난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가 반주한다. 박유신은 “라시콥스키는 완벽주의자이고 곡에 대한 생각이 늘 너무 비슷하다. 기대를 넘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4만∼6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여성 첼리스트#박유신#데뷔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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