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홀로 남은 아들은 어떻게 자랐을까…22년만에 돌아온 그 소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6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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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조창인 작가(61)가 발표한 장편소설 ‘가시고기’(밝은세상)는 3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당시 이 소설이 불티나게 인기를 끌었던 건 시대상 때문.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각막을 판 뒤 암으로 죽는 이야기가 IMF 직후 가족애에 목말랐던 한국인의 마음을 절절히 울린 것이다. 알을 낳고 떠나는 암컷 대신 알과 새끼를 지키다 죽음을 맞이하는 가시고기의 습성을 딴 이 소설의 제목은 부성애(父性愛)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조 작가가 최근 후속작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들고 돌아왔다. 왜 22년 만에 그는 다시 가시고기 이야기를 꺼냈을까.

그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파산하고 수많은 아버지들이 실직하는 모습을 보며 IMF 직후가 떠올랐다”며 “위기가 올수록 사람들이 다시 가족의 사랑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후속작을 쓰게 됐다”고 했다. “2000년 가시고기 흥행 이후 출판사와 독자들이 후속작을 써달라고 많이 요청했어요. 하지만 베스트셀러의 다음 작품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오랫동안 마음에만 담아 놓고 집필하지 못했죠. 코로나19를 보며 결심을 한 뒤 지난해 5월부터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신작은 전편의 20년 후를 다룬다. 아버지의 희생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된 9세 아들 다움이는 아버지와 이혼한 뒤 프랑스에 살던 어머니의 도움으로 장성해 29세가 된다. 영화 조명감독으로 일하던 다움이는 업무 차 2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다움이는 한국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조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을 모른 채 낯선 땅 프랑스로 간 다움이의 그리움은 미움과 분노가 된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다움이는 아픔과 상처를 씻고 화해와 사랑으로 새롭게 나아간다”고 했다. 그는 장편소설 ‘등대지기’(밝은세상·2001년), ‘길’(밝은세상·2004년) 등 꾸준히 가족의 사랑과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신작의 의미를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서투른 소통 방식 때문에 아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힘들어하던 제 모습을 투영해 가시고기를 썼어요. 신작은 장성한 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버지의 마음을 아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썼죠.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젊은이를 향한 어른의 응원을 담았습니다. 독자들이 신작을 보고 난 뒤엔 울지 말고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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