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에 우는 히어로? ‘이터널스’ 역사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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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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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영화 ‘이터널스’ 예고편
사진출처=영화 ‘이터널스’ 예고편


마블 스튜디오 신작 영화 ‘이터널스’가 개봉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영화 취재진과 평론가들의 리뷰로 시작됐다.

현지 취재진과 비평가들은 영화 장면 중 캐릭터 ‘파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분)가 울부짖으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이젠 절대 인간을 도와주지 않을 거야”라고 하는 장면에서 ‘히로시마 1945’라는 문구가 삽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장면이 전범국가인 일본을 향한 동정이 아니냐는 미국 현지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국 누리꾼들은 “전범국인 일본인의 시점에서 영화를 그려낸 건가”고 지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여한 이유는 선전포고 없이 진주만을 폭격한 일본의 선제공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후 사정이 생략된 가운데 나온 주인공의 절규하는 장면은 마치 일본이 무고한 전쟁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터널스’의 역사 왜곡으로 원폭 투하 책임자들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원자 폭탄 개발에 참여하거나 원자 폭탄을 투하한 조종사 등은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자 폭탄을 투하한 미군 폭격기 B-29 기장 폴 티비츠는 1975년 인터뷰에서 “맡은 바 일을 해내 자랑스럽다”라고 하는가 하면 2005년에는 “만약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나는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사망하기 전 인터뷰에서도 티비츠는 “전쟁을 빨리 끝내기 싶었다”라며 자신이 한 일은 올바른 일이라고 밝혔다.

원자 폭탄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 해롤드 애그뉴 박사는 2005년 히로시마 방송국과 인터뷰에서 생존자들의 사과 요청을 거부하며 “진주만을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터널스’에 대한 날 선 비평은 많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터널스’가 마블 사상 최악의 영화”라고 비판했으며 비평가들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재능이 블록버스터 영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평가가 좋진 않다. 1일 기준 ‘이터널스’의 토마토 지수는 126명이 참여한 가운데 60%다. 이는 평점을 남긴 사람의 60%가 이 영화를 추천한다는 의미로 역대 마블 시리즈 영화 중 가장 낮다.

올해 개봉한 ‘블랙 위도우’의 토마토 지수는 79%였고 2019년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94%,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90%였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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