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오징어게임… “우린 왜 경쟁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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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제작발표회
상금 456억 놓고 잔혹 서바이벌
추억의 놀이 통해 무한 경쟁사회와 생존 앞에 인간성 잃은 사람들 묘사
황동혁 감독 “근본적 질문 던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게임 참가자들과 게임을 진행하는 가면남들이 모여 있다. 참가자들은 우승 상금 456억 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오징어게임 등 6개 게임을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 어린 시절처럼 “난 안 움직였어”라고 한번 우겨 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게임 참가자들과 게임을 진행하는 가면남들이 모여 있다. 참가자들은 우승 상금 456억 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오징어게임 등 6개 게임을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 어린 시절처럼 “난 안 움직였어”라고 한번 우겨 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제공
“대본을 처음 완성했던 2009년만 해도 내용이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새 이 작품과 어울리는 세상이 돼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매일 살아가는 게 서바이벌(게임) 아닐까 한다.”

17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50)은 15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징어게임’은 육군 헌병대의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 이야기를 다룬 ‘D.P.’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1970, 80년대 어린이들이 골목길에서 자주 하던 오징어게임에서 작품명을 따왔다. 오징어게임은 땅에 오징어 몸통 모양의 그림을 그린 뒤 공격자와 수비자로 나눠 서로를 넘어뜨리는 등 그림 안에서 몸싸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참가자 456명이 우승자 1인에게 돌아가는 상금 456억 원을 놓고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여섯 가지 게임을 하는 내용이다. 456명은 똑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참가한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게임 세트장은 동심에 절로 빠져들게 하는 평화로운 분위기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공간으로 돌변한다. 첨단 기기로 모든 움직임을 감지하고, 미세하게나마 움직인 이에겐 곧바로 총알이 날아든다. 게임의 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패배한 참가자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 인간을 극한의 경쟁으로 내모는 현대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인간성을 잃은 사람들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는 이날 “시나리오 속 게임을 어떻게 실제로 구현해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며 “세트장 가는 날이 굉장히 기대되고 재밌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제가 어릴 적 골목에서 하던 놀이 중 가장 경쟁적이고 격렬했던 놀이”라며 “오징어게임이 현대 경쟁 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임인 거 같아 제목으로 정했다”고 했다. 잔혹성과 폭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데스게임 형식이라 잔인한 요소를 뺄 순 없었다”며 “폭력과 잔인함을 과장하려 하지 않았고 경쟁 결과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실직한 뒤 사채를 쓰고 도박에까지 손을 댄 성기훈과 서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지만 고객 돈을 유용해 투자를 하다 빚더미에 앉은 조상우(박해수) 등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소매치기를 하며 근근이 사는 새터민, 조직의 자금을 도박으로 탕진한 조직폭력배 등 사연은 다 다르지만 바닥까지 추락한 건 마찬가지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배우 박해수는 “인간 군상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성장 과정이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감독. 그런 그가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통째로 은유한 이번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황 감독은 “‘우리는 왜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경쟁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 작품에 절망과 분노, 공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는 인물을 통해 실낱같지만 희망은 존재한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총 8부작.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넷플릭스#오징어 게임#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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