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떻게 찍으려나’로 시작… 생존의 순수한 감동으로 마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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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28일 개봉… 소말리아 남북대사관 직원 탈출기
김윤석 “평범한 사람 비범한 순간… 부족함 모아 힘 합치는 게 공감대”
조인성 “류승완 감독 결단력 힘입어”
원초적목표 향해 달려… 담백한 결말

생존. 이보다 더 중요하고 절박한 목표가 있을까. 28일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는 살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1991년 독재정권에 반기를 든 군부의 쿠데타로 내전이 발생한 소말리아. 이곳의 수도 모가디슈에 갇힌 남한 한신성 대사(김윤석)와 국가안전기획부 출신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북한 림용수 대사(허준호)와 태준기 참사관(구교환)은 자국과의 교신도 끊긴 상황에서 총 한 자루 없이 살아남고자 몸부림친다. 유엔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 정부에 로비 총력전을 벌이며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남북은 총알이 빗발치는 생지옥에서 생존이라는 목표 앞에 하나가 된다.

남북의 모가디슈 탈출기는 소설 같지만 실화다. ‘베를린’ ‘베테랑’을 연출한 류 감독이 우리나라 외교사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남한 한신성 대사 역을 맡은 김윤석이 구조헬기를 타러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가기 전 총알을 막기 위해 차량 안에 테이프로 책을 붙이는 장면. 팔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그의 혈액형이 적혀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모가디슈’에서 남한 한신성 대사 역을 맡은 김윤석이 구조헬기를 타러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가기 전 총알을 막기 위해 차량 안에 테이프로 책을 붙이는 장면. 팔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그의 혈액형이 적혀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탈출기의 중심에는 한신성 대사와 강대진 참사관이 있다.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각자의 장점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위기를 극복한다. 26일 화상으로 만난 김윤석(54)은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을 담은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한신성은 경박스럽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때론 능구렁이 같다. 대사관 직원들도 책상에서 일만 했지 체력은 평균 이하다. 그렇지만 생사의 기로에 놓인 극한 상황에서 누구 하나 혼자 살려 하지 않고, 부족한 능력을 모아 힘을 합치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공감대”라고 했다.

소말리아는 정부가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했기에 영화는 모로코의 에사우이라에서 4개월간 촬영됐다. 모로코는 소말리아 내전을 다룬 영화 ‘블랙 호크 다운’(2001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모가디슈에서 유럽, 아프리카 출신 배우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해 수백 명의 흑인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들의 언어 역시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다양해 2중, 3중 통역을 거쳐 소통했다.

남한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한 조인성이 소말리아 정부군을 찾아가 “경호 병력을 지원해 달라”며 담판을 짓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남한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한 조인성이 소말리아 정부군을 찾아가 “경호 병력을 지원해 달라”며 담판을 짓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7일 화상으로 만난 조인성(40)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이걸 어떻게 찍으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류승완 감독이라 가능했다. 류 감독의 열린 귀, 경험에 의한 판단, 스태프를 아우르는 힘, 결단력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얼마나 중압감이 컸겠나. 촬영 중 슬쩍 저한테 와서 ‘순댓국 남은 거 있니’라고 물으실 땐 짠하기도 했다”고 했다.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탄 차량이 책과 모래주머니를 매단 채 질주하는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탄 차량이 책과 모래주머니를 매단 채 질주하는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구조 헬기를 타기 위해 남과 북의 대사관 직원들이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이동하는 자동차 신이다. 총알을 막기 위해 테이프로 책과 모래주머니를 안팎에 누덕누덕 붙인 세 대의 차량이 ‘총알비’를 뚫고 모래사막을 내달리고, 후진하고, 서로 충돌하고, 다시 줄지어 질주하는 장면은 숨이 막힌다.

김윤석은 “차가 책과 모래주머니로 무거워져서 시동이 꺼지는 게 다반사였다. 1991년식 벤츠라 창문이 안 올라가고 시트 밑 용수철도 튀어나왔다. 나중엔 차에 붙인 모래주머니가 터져서 차 안이 엉망진창이 됐다.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라 다 실제 상황이다”라고 했다. 조인성은 “배우들이 직접 운전을 했다. 앞 유리에도 책을 붙여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기에 운전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했다.

남북 협력의 결말은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이들의 목표는 순수하게 생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에도 서로 악수만 한 번 하고 눈도 맞추지 않는다. 그 장면에서 배우들이 자꾸 눈물을 흘려서 NG가 났는데 류 감독이 ‘눈물을 흘리는 건 관객의 몫이지, 당신들이 울어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 원초적 목표를 향해 달렸기에 영화가 담백하다. 나를 온전히 집중시킬 영화 한 편이 필요하신 분들은 극장에 오시라.”(김윤석)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모가디슈#개봉#소말리아 남북대사관 직원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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