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은 풍수지리설에 따라 이곳을 최고의 길지로 선택했다. 지형적으로도 그렇다. 선석산에서 태봉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한 줄기 맥은 산모와 태아를 이어주는 탯줄을 연상시키며, 태실이 자리한 태봉은 산모의 자궁처럼 보인다.
태아를 안전하게 지키는 자궁답게 봉우리 정상의 태실은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교차하면서 생기(生氣)가 감도는 명당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왕자들의 태실이 군집을 이룬 국내 유일한 형태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태실 풍속은 고대 한국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우리 선조들은 산모와 신생아를 연결하는 태(혹은 탯줄)를 생명체 혹은 영성이 깃든 존재로 여겼다. 나아가 태를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신생아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다. 신체의 일부인 태를 길한 곳에 묻으면, 그에 감응한 태의 주인 역시 좋은 기운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풍수에서는 동기감응(同氣感應)이라고 한다.

그러나 탯줄을 생명체로 보고 함부로 다루지 않던 조선의 풍속은 언제부턴가 경시됐다. 지금은 병원에서 받아온 탯줄을 냉장고 속에 넣어두고 까맣게 잊고 지내거나, 액자나 인형 등 신생아 기념품 정도로 취급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성주군에서는 세종대왕자 태실이 생명 탄생의 공간이라면, 6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개마을(월항면 대산리·중요민속문화재 제255호)은 생기가 충만한 삶의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마을 뒤와 좌우로 산이 받쳐주고 앞으로는 물이 흐르는 지형) 명당 터인 한개마을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왔고 격조 높은 선비문화를 지금껏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개마을은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지낸 이우가 개척한 이후 현재까지 그 후손들이 모여 사는 성산 이씨(星山李氏) 집성촌이다. 18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지어진 70여 채의 전통 가옥이 들어선 이곳에는 집집마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성산 이씨가 한개마을에 입향할 당시 지어진 ‘응와종택’(1721년 창건)은 그 후손들이 모여 서책을 읽고 인격을 도야하는 등 마을의 발상지 같은 곳이다. 그 후손이 지금도 살고 있는 이 집은 잘 가꿔놓은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또 ‘한주종택’(1767년 창건)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집으로 명성이 높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유학자 이진상을 비롯해 아들 이승희, 손자 이기원 이기인 등 일제의 국권 침탈에 저항해 독립운동을 한 국가유공자들이 배출됐다.

한편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이수빈 형제들이 출생한 집 안채는 인재가 태어나는 명당 터로 소문났다.
이 마을 사람들은 협동조합 형태인 ‘한개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한개마을이 민속마을로 지정된 후 관광객이 늘어나자 숙박, 전통 음식, 전통 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명당 기운이 있는 터에 마련된 ‘한옥 스테이’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면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산책이나 숲속 호젓한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성주군 ‘성밖숲’(경산리)과 가야산 자락의 가야산역사신화공원 ‘정견모주길’을 추천한다. 성밖숲은 성주읍성 바깥에 조성한 숲으로 300∼500년 수령의 왕버들 52주가 자생하고 있다. 아름드리 우거진 왕버들이 생명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준다.

가야산역사신화공원 일대는 계곡을 따라 격조 높은 인테리어를 갖춘 펜션들이 들어서 있는데, 젊은 부부들의 태교 여행 혹은 연인들의 힐링 코스로 인기가 높다. 이곳에는 가야산의 신화와 전설이 가득하다. 가야산의 여자 산신 정견모주가 하늘의 신인 이비가지와 혼인해 뇌질주일(대가야의 이진이시왕)과 뇌질청예(금관가야의 수로왕)를 낳았다는 전설이 대표적이다.



사진·글 성주=안영배 기자·풍수학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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